[정철의 영어 술~술 말하기 (1)] 일제잔재 ‘문법 따지기식’ 영어학습

입력 : ㅣ 수정 : 1970-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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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처럼 교육열이 높은 나라도 없다. 초등학생이 음악, 미술, 보습 학원에 다니고 중·고등학생은 입시학원, 대학생은 자격증과 영어 학원을 찾는다.

직장인은 영어, 일본어, 중국어 같은 제 2외국어 학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전국 서점 어디에 가나 영어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TV나 라디오에서도 새벽부터 밤까지 수시로 영어강좌가 흘러 나온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은 전 국민이 마치 ‘영어를 배우기 위한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것’처럼 열심히 공부하는데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다.

왜 영어를 못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이유는 ‘영어가 어려운 것이 아니고, 영어를 어렵게 배웠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것을 보면 마치 ‘어떻게 하면 어렵게 못 알아 듣게 가르칠까.’하고 일부러 고안해 낸 듯한 방식으로 비비 꼬아서 영어를 가르친다.

잠깐만 연습하면 간단히 익힐 수 있는 문법사항을, 수동태를 능동태로 뒤집고 화법을 바꾸고 문장전환을 하면서 정신없게 배운다. 또 그냥 어순에 맞춰 청크(chunk, 뜻의 의미단위)로 쭉 읽어가면서 해석하면 직독직해할 수 있는 영문독해도 문장 하나하나마다 암호해독을 하듯이 밑줄 긋고, 주격, 목적격 부호를 표기하면서 되돌아 읽기를 시키는 등 난해한 암호문서로 만들어 버린다.

그렇다면 ‘이렇게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한 사람이 누구였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정답은 1919년부터 일제가 외국어교육을 중등학교에서 실시하면서부터다. 당시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는 대부분 일본인이었다.

이 교사들은 자기가 가르치고 있는 영어단어의 실제 발음이 어떤 것인지 평생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없는 순 토종 일본인들이었다. 일본어는 발음이 50음도가 고작이라 ‘taxi’는 ‘다꾸시’,‘Mcdonald’는 ‘마구도나루도’ 식으로밖에 영어 발음을 못한다.

이처럼 발음 나쁜 일본인 교사들이 한국 학생들의 발음을 처음부터 죄다 버렸을 뿐만 아니라, 일본인들의 ‘영어 발음 공포증’까지 그대로 학생들에게 물려준 것이다. 여기에 영어를 ‘살아 있는 언어’가 아닌,‘학술적인 연구 분석의 대상’으로 보는 ‘문법 따지기 영어 학습법’을 전수했다.

원어민과 대화할 기회가 없고, 영어문서나 신문잡지를 통해 영어를 공부하고 가르쳐야 했던 당시의 상황을 고려하면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영어에 대한 감이 전혀 없는 일본인 교사들이 가장 자신있는 대목이 바로 ‘문법 따지기’였던 것이다. 마치 자동차 운전을 배우러 온 학생들에게 정작 가르쳐야 할 운전방법은 가르치지 않고, 엉뚱하게 ‘자동차 분해법’,‘부속품 조립법’ 등 엉뚱한 것만 열심히 가르치려는 격이었다. 이렇게 배우니 아무리 열심히 배워도 끝이 없고 실력이 늘지 않으며 영어가 점점 더 복잡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부해야 영어가 쉽게 느껴질 수 있을까. 다음주부터 그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함께 풀어 보자.

2008-04-1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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