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시민단체 “또 방송장악 음모”

언론·시민단체 “또 방송장악 음모”

박홍환 기자
입력 2007-02-13 00:00
업데이트 2007-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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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의 방만한 운영과 도덕적 해이 등을 막는다는 취지로 제정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이 언론계 주요 이슈로 대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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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말 통과된 모법은 물론 최근 입법예고된 시행령에서도 KBS(한국방송)와 EBS(교육방송)가 대상 공공기관에서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대로라면 정부는 KBS와 EBS의 임원 선임과 회계 감시, 필요할 경우 통폐합은 물론 매각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시민단체는 “정부의 방송장악 음모가 또다시 드러났다.”고 강력 반발하는 한편 공공기관운영법 제4조 2항의 적용제외 대상에 ‘방송’을 추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입법청원키로 했다. 민주노동당의 천영세 의원 등 정치권 일각에서도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국회 통과돼 시행령 입법예고

공공기관운영법은 기존의 정부산하기관 관리기본법과 정부투자기관 관리기본법을 통합해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자는 명목에서 추진됐다. 지난해 12월말 국회에서 통과돼 오는 4월부터 발효될 예정이며 지난 2일 시행령이 입법예고됐다.

각 부처별로 관리됐던 공공기관(공사)의 예산 등을 기획예산처가 직접 관리감독하도록 한 것이 골자이다.

한국도로공사나 한국방송광고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공공기관들이 각기 다른 부처에서 관리받다 보니 예산 및 회계처리가 불투명해지고, 주먹구구식 경영 등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운영법 제4조 1항 1호에는 ‘다른 법률에 따라 직접 설립되고, 정부가 출연한 기관’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방송법에 의해 설립된 KBS와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따라 설치된 EBS도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다. 민노당 천 의원은 “기존 정부산하기관관리기본법과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에서 공영방송을 적용제외 대상으로 뒀던 것은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른 것”이라면서 “이같은 합의를 파기하고 KBS와 EBS를 정부관료의 통제에 두려는 것은 방송장악이라는 의혹의 불씨만 남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기획예산처의 공공기관운영법이 4월부터 효력을 발생하면 KBS 등의 독립성을 정부관료가 마음대로 유린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고 비판했다.

일각선 “공영방송 방만경영 탓”

하지만 일각에서는 KBS 등 공영방송이 오히려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실제 감사원은 2004년 “KBS가 예산편성에서 외부 감독을 전혀 받지 않아 방만한 경영을 해왔다.”고 발표했다.

당시 감사원이 국회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KBS는 문화관광부가 폐지를 요구한 퇴직금누진제를 계속 유지하고, 인건비 등 재정부담이 커지자 KBS2의 광고비 인상으로 충당했는가 하면, 사원들에 대한 개인연금도 회사가 지원했다.

노조전임자도 25명으로 정부투자기관 허용기준치보다 19명이나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출자기관이 예산편성과 결산과정에서 정부의 엄격한 심사를 받는 것과 달리,KBS는 국회에서 결산 승인만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방송사 경영에 직접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언론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강형철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국가와 정치로부터 독립된 기구가 공영방송의 경영을 규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2007-02-13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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