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한길 오늘은 딴길] (4) 민병두 vs 정병국

[어제는 한길 오늘은 딴길] (4) 민병두 vs 정병국

이종수 기자
입력 2005-08-12 00:00
업데이트 2005-08-12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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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봄. 전국 최초로 총학생회 부활을 앞두고 성균관대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사회학과 3학년 정병국에게 한 동기가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운동권 대부’이자 이론가로 유명한 무역학과 민병두였다. 당시 언더 운동권의 핵심인 그가 찾아온 이유는 간단했다. 운동권과 중도파로 표가 분산되면, 비운동권 후보와 맞서기 힘들기 때문에 중도파인 정병국에게 ‘후보 사퇴’를 제안했다.



민 의원은 “어렵사리 학생회를 부활하게 됐는데 그 열매를 비운동권이 따먹을지 몰라 학교 근처 여인숙에서 새벽 4시까지 사퇴를 설득했다.”고 불발로 끝난 당시 비화를 털어놓았다.

같은 장면에 대해 정 의원은 “총학생회 부활을 준비하면서 운동권과 MT도 가고 노선 정립 등 지도도 받았기에 곤혹스러웠다.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함께 준비한 선·후배들 때문에 출마가 불가피했다.”고 기억한다.

“학생운동 땐 내가 정통파”

두 사람이 모두 학생운동을 했지만 동기와 위상은 달랐다. 민 의원은 목적의식적 운동그룹인 비합법 공간에서 주로 활동했고, 정 의원은 자연발생적으로 운동에 참여했다. 민 의원은 고교 시절 독서토론회 등에 가입해 일찍 사회문제에 눈을 떴다. 대학 입학 뒤 ‘인상 좋은 고교 선배’(현재 이종걸 의원)의 권유로 흥사단 활동을 거쳐 본격적으로 ‘변혁의 대오’에 나섰다.

시국은 두 사람의 거리를 좁혔다. 정 의원은 80년 광주 항쟁 소식을 접하고 잠입을 시도하다 실패한 뒤 귀경하다 용산에서 검거된다. 강제징집성으로 군대를 다녀온 ‘복학생 정병국’은 체계적으로 운동에 참여했다. 박종철 고문 폭로대회 등 87년 당시 주요 집회장에 뿌려진 유인물은 거의 그의 작품이었다.

같은 기간 민 의원은 비합법 운동권의 거물로 자리잡았다. 대중운동을 지향한 정 의원과는 달리 철저히 ‘전위 그룹’에 속했다. 서울 난곡의 ‘낙골 야학’에서 활동한 뒤 81년 ‘학림사건’,87년 ‘제헌의회(CA)그룹 사건’으로 두 차례, 총 3년6개월 옥살이를 했다.

“정치 입문은 내가 선배”

88년 사회주의 붕괴 등을 전후해 대부분의 민주화세력은 분기점을 맞았다정 의원은 통일민주당 김영삼 총재 캠프에 합류, 청와대 비서관을 거쳐 16·17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이 됐다. 민 의원은 ‘전국 민족민주 운동연합(전민련)’이라는 생애 첫 합법 공간에서 1년 일한 뒤 13년 동안 기자로 활동하다가 17대 총선 때 열린우리당 의원이 됐다.

성균관대민주동문 등 동기모임에서 간헐적으로 만나던 두 사람은 국회 문화관광위에서 본격 조우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여야 충돌의 핵심인 4대법안 가운데 정기간행물법을 놓고 격돌했다. 마주 보며 언론사 시장점유율 제한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그러나 서로에 대한 평가는 후하다.“민 의원은 초선인데도 자기 원칙이 있다. 운동권 시절 빛난 기획력이 논의의 큰 줄기를 잡는 데 큰 힘이 되는 것 같다.”(정) “국회에서 만난 정 의원은 ‘학생 정병국’이 아니었다. 야당 의원으로서의 투쟁성도 강하면서도 막무가내식 반대가 아니라 합리적 질의와 진지함이 넘쳤다.”(민)

피차 아쉬움도 있다.“소속 당의 입장이 있겠지만 굳이 한나라당의 과거를 연계해 흠집내려는 작은 정치보다 큰 정치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에너지를 쏟았으면 좋겠다.”(정) “정 의원은 재선으로 ‘뉴 제너레이션’으로서 자기가 대안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냥 의원으로 남을 것인지 지도자가 될 것인지 정해야 할 것이다.”(민)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2005-08-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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