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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도는 ‘전자정부’ 정보공개 게걸음

겉도는 ‘전자정부’ 정보공개 게걸음

박록삼 기자
입력 2002-01-23 00:00
업데이트 2002-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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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정부가 뭐예요?’ 전자정부 구현은 국민의 정부의중요한 국정과제 중 하나이나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온라인 정보공개청구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대표 포털사이트(www.egov.go.kr)를 둬 정보공개청구 창구를 일원화했다.부·처·청 등 중앙기관 31개,서울을 제외한 15개 광역시·도단체 등 380개 공공기관들이 참가해 정보공개창구를 일원화하고 있다.하지만 전국 232개 시·군·구 지자체 중 참여하지 않는 곳이 33곳에 이를 뿐더러 참여한 지자체들 중 30여곳도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운영 실태> 정부 대표사이트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공공기관의 운영 실태를 점검해 본 결과 지자체 중 대구광역시,인천시 강화군,전남 강진군,충남 천안시,경기도 수원시등 20여 지자체들은 민원인들이 정부사이트를 통해 정보공개를 청구해도 전혀 관리를 하지 않으며 방치하고 있다.

또 인터넷 정보공개 청구접수를 받고서도 결정통지를 제대로 하지 않는 단체들은 경기도와 전남 해남군,경북 김천시 등 9곳에이른다.‘전자정부법’ 및 ‘정보공개법’,‘민원사무처리법’ 등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정보화 마인드 부족> C시청 담당자는 “지난해 3월부터업무를 맡고 있지만 인터넷 행정정보공개방에 대해 알지못한다.”고 말했다.실제로 지난 2000년 10월부터 정부대표 사이트의 C시에 청구된 민원은 대부분 접수조차 안됐다.또 G시청 정보담당직원은 유관기관에 정보공개청구 민원을 이송해야 하는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하지왜 관련 없는 우리 시에 청구하느냐?”고 되물었다.

팩스나 우편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했을 경우 접수증을 보내주지만 인터넷으로 등록시킬 경우 접수증을 보내주지 않는 사례나 정보공개청구 담당직원 멋대로 ‘공개불가’를통보한 사례 등도 비일비재했다.지자체별로 수십∼수백건의 인터넷 정보공개청구 민원이 공허하게 응답을 기다리고있다.

<민원인 피해 속출> 한국청년연합회(KYC) 이득형(李得炯)행정투명도조사팀장은 지난달 정부 대표사이트를 통해 한광역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그러나 열흘 가까이 묵묵부답이어서 담당자에게 전화했더니 “일반문서로 보내면 다른 기관으로 넘겨주지만 인터넷으로 청구하면 안 되니 반송시키겠다.”는 말만 들었다.

담당자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버티다가 이 팀장이 민원사무처리법 시행령(10조)과 정보공개법 시행령 조항(7조1항) 등을 대며 항의하자 ‘결국’ 사과하고 민원을접수했다.

<문제점> 정보공개법은 15일,길어도 30일 이내에 공개여부를 결정한 뒤 민원인에게 통보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하지만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을 경우 징계조항은 따로 없다.

또한 행자부에서 지난해 7월 정보공개청구 담당직원들에게정부대표사이트 이용에 대해 한차례 교육했을 뿐이다.

<관련부서간 업무협조 미흡> 전자정부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곳은 행정자치부다.전자정부 전반에 대한 내용은 행정정보화 담당관실,정보공개청구제 총괄은 행정능률과,대표사이트 관리업무는 정부전산정보관리소에서 각각 맡고 있다.부처간 업무협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

■시민단체 제언 -공무원 인식변화가 관건.

시민단체관계자들은 “정보공개청구제도의 형식과 내용에 전반적 변화와 담당직원은 물론 전체 공무원의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대부분 중앙부처들이 형식적으로는 정보공개청구제도를 잘 운영하고 있다.”면서도 “상당수 지자체들은 형식과 내용면에서 낙제점에 가깝고 중앙부처들도 아직까지행정편의주의에 젖어 정보공개청구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백현석(白鉉錫) 예산감시조사팀장은 “보고서를 청구했는데 요약본만 형식적으로 전달한 사례도 많았다.”고 말했다.또 “사람 이름이나 기업체 이름이 들어가는 경우,그것만 지우고 주면 될 텐데 이를 핑계로 전체보고서를 비공개 대상에 포함시키는 일도 있다.”고말했다.

참여연대 김정희(金貞姬) 간사는 “공직사회에서는 정보공개청구제도 자체를 자신들을 귀찮게 하는 업무로 여기는 게 현실”이라면서 “행정정보 공개가 원활히 이뤄질 경우 사회는 더욱 투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사회시민연합 박흥순 사무처장은 “비공개대상의 범위가 여전히 모호하고 추상적이다.”면서 “비공개 대상을명확하게 하지 않으니 담당직원들이 공개해야 할 정보를 자의적으로 해석,비공개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그는 “전자정부의 의지가 있다면 정부가 실사구시적인 조사작업을 진행하고 전체 공무원을 상대로 꾸준한 교육 프로그램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공개제 외국사례 비교.

정보공개청구제도에서 우리나라는 어느 선진국에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현재 법률에 근거해 정보공개청구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프랑스,스웨덴 등 15개 국가에 불과하다.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정보공개제도를 가장 먼저 법제화한 곳은 스웨덴으로 1766년 ‘공문서는 가능한 한 예외없이 공개한다.’는 내용을기본원칙으로 하는 ‘출판 자유법’을 제정했다.미국은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 정보공개제도를 통해 ‘산성비는 유해하지 않다.’는 정부의 주장을 뒤집으며 환경을 파괴하는산업활동을 막기도 했다.일본과 같은 내각제 국가는 조례를 통해 370여 지자체들이 정보공개를 시행하고 있다.지난해4월부터 정식 법제화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96년 12월 정보공개법을 제정한 뒤 98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국민의 알 권리를 적극 보장하고 국민의 국정참여와 행정의 투명성 보장기능 등을 담았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개정된 정보공개법에서는 시민단체들이 공개기관에 언론사와 정당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있어 더욱 진일보할 전망이다.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원칙은 모든 문서의 공개다.”면서 “아직까지 이 제도가 악용될 소지도 있는 데다 최소비용으로 최고의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도보완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말했다.
2002-01-2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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