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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맨부커상 수상] 인간의 폭력과 존엄 녹아든 아름다운 문장… 세계를 홀렸다

[한강 맨부커상 수상] 인간의 폭력과 존엄 녹아든 아름다운 문장… 세계를 홀렸다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16-05-17 23:02
업데이트 2016-05-17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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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국서 팔린 소설 ‘채식주의자’

“나는 왜 이토록 인간을 의심하며 바라보나. 인간을 껴안는다는 게 왜 이렇게 힘든 건가. 제 소설 속엔 늘 이런 투쟁이 있어요. 결국 인간을 뚫고 나가는 게 제가 소설을 쓰는 가장 강력한 동기죠.”(한강 작가)

소설가 한강(오른쪽)과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가 16일(현지시간) 밤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앨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런던 EPA 연합뉴스
소설가 한강(오른쪽)과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가 16일(현지시간) 밤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앨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런던 EPA 연합뉴스
‘인간을 뚫고 나간 소설’에 세계도 홀렸다. 무참한 폭력을 저지르는 인간, 그에 대응해 존엄을 되찾으려는 인간은 한강 소설을 꿰뚫는 큰 화두다. 이를 치열하게 탐색해온 그의 작가정신은 ‘채식주의자’가 올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의 승자가 된 이유다. 공신은 또 있다. 시인으로 먼저 등단한 한강의 시심(詩心) 어린 문장과 섬세한 감수성을 스타일리시한 문체와 정밀한 뉘앙스로 세공하듯 옮긴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29)다.

2007년 출간된 ‘채식주의자’(창비)는 스스로 나무가 되어가고 있다고 믿으며 육식을 거부하고 죽음으로 다가가는 영혜의 이야기다. 세 화자의 관점으로 풀어 쓴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등 3개의 중편이 연작소설로 묶였다. 상처입은 인물의 고통에 식물적인 상상력을 결합시킨 소설은 기괴한 이미지, 아름다운 문체로 발표 당시에도 큰 주목을 받았다. 스미스의 번역으로 지난해 1월 영국 포르토벨로 출판사에서 ‘더 베지터리언’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작품은 지난 1월 미국 호가드 출판사에서도 발표됐다. 이후 영미권에서 잇단 호평을 받으며 지금까지 전 세계 25개국에 판권이 팔려나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산문과 믿을 수 없을 만큼 폭력적인 내용의 조합이 충격적이고 한 문장 한 문장이 놀라운 경험”이라고 서평을 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나온 가장 에로틱한 소설 중 하나”라며 “이 치밀하고 정교하며 충격적인 책은 독자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며 꿈에까지 나올 수 있다”고 평했다. 미국 소설가 에이미어 맥브라이드는 “허술한 데가 한 군데도 눈에 띄지 않아 놀랍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는 맨부커 후보 발표부터 수상의 순간까지 줄곧 역자에게 공을 돌렸다. 스미스는 포르토벨로 편집자에게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번역한 20쪽짜리 샘플과 홍보 자료를 처음 건네 출간을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6년 전 처음 한국어를 배웠다는 스미스의 정교한 번역은 한강의 문학성을 세계에 알린 가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런던대 소아스(SOAS)에서 한국학 석·박사 과정을 밟은 그는 단어마다 일일이 사전을 뒤졌던 ‘번역 초보’에서 한국 문화와 언어의 뉘앙스를 간파한 ‘언어의 연금술사’가 됐다. BBC는 이날 별도 기사를 통해 스미스의 한국어 번역에 주목했다. 스미스는 앞으로 한강 작품 이외에도 배수아의 ‘에세이스트의 책상’, ‘올빼미의 없음’, ‘서울의 낮은 언덕’ 등을 번역해 미국 출판사를 통해 출간할 계획이다. 또 자신이 세운 비영리 출판사 틸티드 악시스(아시아·아프리카 문학 전담)를 통해 황정은과 김연수 등의 작품도 영국에 소개할 예정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6-05-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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