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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맨부커상 수상]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소설가 첫발

[한강 맨부커상 수상]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소설가 첫발

김승훈 기자
입력 2016-05-17 23:02
업데이트 2016-05-17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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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심사위원 김병익 “남자인 줄 알아”

‘한강현’ 필명… 1994년 ‘붉은 닻’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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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들이 시상식에서 촬영한 기념사진. 뒷줄 오른쪽 첫 번째가 소설가로 첫발을 내디딘 스물네 살의 한강이다. 서울신문 DB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들이 시상식에서 촬영한 기념사진. 뒷줄 오른쪽 첫 번째가 소설가로 첫발을 내디딘 스물네 살의 한강이다.
서울신문 DB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소감.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소감.
소설가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토대는 서울신문 신춘문예다. 1993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서울의 겨울’ 등 시 4편을 실으며 시인으로 먼저 등단한 한강은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첫발을 내딛었다. 그는 당시 당선소감에서 “아파서 쓴 것인지, 씀으로 해서 아팠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아프면서 썼다. 밤은 아득하여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하나 새벽은 늘 여지없었다. 어둠의 여지없음만큼이나 지독한 힘이었다”고 회고했다. 또 “무릎이 꺾인다 해도 그 꺾이는 무릎으로 다시 한 발자국 내딛는 용기를 이제부터 배워야 하리라”라고 다짐했다. 등단 이후 22년간 무릎이 꺾이는 순간마다 새벽의 힘을 믿고 한 발자국 내딛는 용기로 그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 결과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을 받게 됐다.

한강을 발굴한 1994년도 신춘문예 심사위원은 고 서기원(1930~2005) 작가와 김병익(78) 문학평론가다. 김 평론가는 17일 전화 인터뷰에서 “정말 축하할 일”이라며 기뻐했다. 그는 “당시 신춘문예 응모작들은 밀물처럼 휩쓸던 운동권 소재가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내면적이고 개인적인 우수로 채운 작품들이 주를 이뤘었다. 큰 주제보단 요즘 말하는 미시권력에 집중하던 시기였는데 ‘붉은 닻’도 그런 작품들 중 하나였다. 서기원 선생과 큰 이견 없이 이 정도면 당선작이 될 만하다고 합의해 수상작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처음엔 남자인 줄 알았다. 한강이라는 이름도 아니었고, 이런저런 약력을 보고 한승원 선생 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여자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 했다. 한강은 당시 ‘한강현’이라는 필명으로 응모했다. 김 평론가는 당시 심사평에서 “‘붉은 닻’은 그 제목이 암시하듯 매우 서정적인 작품이어서, 육체적인 병과 마음의 병을 앓아온 형과 동생과, 그들 간의 미묘한 갈등, 사라진 남편 대신 그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안쓰러운 모습이 섬세한 문장 속에 깊이 박혀 잔잔한 긴장과 화해의 밝은 전망을 유발시킨다. 그러나 이 소설도, 정황의 서정성은 아름답지만 이야기의 구체성은 모호하다는 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평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2016-05-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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