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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D-3> 대기업들 “우회로는 없다”…대안찾느라 고심

<김영란법 D-3> 대기업들 “우회로는 없다”…대안찾느라 고심

입력 2016-09-25 10:13
업데이트 2016-09-2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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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법 준수하는 게 일반 지침…첫 케이스 걸리지 않게 조심”“뭐가 되고 뭐가 안되는지 혼란”…초기엔 대관·홍보활동 위축 불가피마케팅 수요 많은 자동차·전자업계 고민…“고유활동은 보장해야”

재계팀 = 오는 28일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에 들어감에 따라 국내 주요 기업들의 대관·홍보 방식에 대대적인 변화가 뒤따를 전망이다.

기업의 대관업무란 정부, 국회, 협회·단체 등을 상대하는 것으로 상당 부분이 청탁금지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언론기관을 상대하는 홍보업무도 마찬가지다.

대기업들은 지난 수십년간 유지해온 기존 관행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 상황 앞에서 저마다 대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법이 시행된 후 어느 정도 안착 단계를 지나고 나면 내년부터는 현실론적인 차원에서 제도의 변화 또는 보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 그룹과 경제단체들은 청탁금지법 소관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물론 대형 로펌 등과 연계해 사장단·계열사 등으로 구분해 설명회를 열거나 사내 온·오프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법 시행 초기부터 탈법 사례의 발생을 막기 위해 최근 한두 달간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 각종 설명회 홍수…불확실성 커져 대외활동 위축될 듯

대한상공회의소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 6개 로펌과 손잡고 기업 대응방안을 찾았다. 지난주에는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을 초청해 CEO 간담회도 열었다. 기업 CEO 250여명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8일 회원사를 상대로 김영란법 관련 기업윤리학교ABC를 열어 법 내용과 대응전략을 안내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여러 기관에서 설명회도 했지만, 기업들은 아직 이 법이 시행되면 어떤 행동은 해도 되고 어떤 건 안 되는지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며 “확실한 행동지침이 나오지 않는 이상 대관·홍보 활동이 심하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시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단할 수 없지만 앞으로 시행 과정에서 실질적인 문제가 나타나면 정부가 이를 바로바로 수용해서 문제점을 해결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무역협회는 법무법인 태평양과 청탁금지법 온라인 상담센터를 가동 중이다. 무역협회는 지난 1일 권익위원회, 태평양과 무역업계 대응방안 모색을 위한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 삼성, 사장단 먼저 ‘열공’…LG디스플레이 “반장까지 전파교육”

삼성은 지난 21일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 사장단회의에서 법무팀으로부터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라 앞으로 식사하거나 선물할 때 달라지는 점 등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사장단 내부에선 “미국에서 하는 대로 하면 되겠다”, “워낙 언론에서 많이 다뤄 궁금한 게 없어졌을 정도”라는 반응도 나왔다.

그럼에도, 삼성의 한 관계자는 “개별 케이스별로 전부 해석을 내릴 순 없기 때문에 ‘정답이 없다는 게 정답’이란 말도 있다”고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전했다.

LG전자는 임직원들에게 사내 온라인교육시스템 ‘러닝넷’에 접속해 권익위가 안내하는 사례를 ‘반복 학습’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서울, 구미, 파주 전 사업장에서 임원부터 실장, 팀장, 계장, 반장까지 대상으로 한 전파교육을 총 10회나 열 계획이다.

SK그룹 각 계열사는 지난달 회사별로 매뉴얼을 배포하고 김영란법 저촉 사례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동영상을 배포했다.

SK그룹 지휘본부 격인 수펙스추구협의회도 지난 8월 대형로펌 변호사를 연사로 초청해 세미나를 열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첫 시범케이스로 걸리지 않게 법을 준수하면서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라면서 “모호한 측면이 많은 법이지만 위반 사례들이 쌓이면 모호한 부분이 점점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솔직히 김영란법을 우회할 방법이 있는지 검토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런 우회로는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법을 준수하면서 가자는 게 전반적인 지침이며 당분간 권익위에서 배포한 매뉴얼을 보면서 대응해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한 홍보팀 직원은 “‘첫 타자로 걸리지만 말자’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막상 시행을 앞두고 보니 한두 달만 피하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많은 문화적인 변화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의 경우 계열사별 법무팀·준법감시팀을 중심으로 임직원 사전교육을 마친 상태다.

한화 관계자는 “‘3·5·10’으로 대표되는 지침이 있지 않느냐”면서 “그 규정 안에서 업무를 진행하도록 임직원들에게 주지를 시켰다”고 말했다. 또 매월 열리는 임원 조찬 때 법무법인을 불러 설명회를 했다.

포스코는 대외업무 부서를 중심으로 설명회를 열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청탁금지법의 이해’라는 사내 이러닝 과목을 개설해 수강을 독려하고 있다.

대기업 홍보파트 임원들은 10월 이후 저녁 약속을 될 수 있으면 잡지 않고, 주말 골프 약속도 대부분 취소하는 분위기다.

◇ 업종 따라 대응수위 달라…자동차업계 ‘발등의 불’

청탁금지법 시행과 함께 업종별로도 대응 전략이 달라질 전망이다.

가장 급한 업종은 마케팅·홍보 행사가 많은 자동차업계다.

자동차업계는 주요 홍보수단인 신차 출시와 시승행사를 어떻게 진행할지 고민에 휩싸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지난달 29일 벤츠, BMW, 아우디 등 14개 회원사를 상대로 개최한 김영란법 세미나에서도 주로 이런 우려가 나왔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각종 행사에서 기자들에게 제공하던 식사나 기념품 제공을 중단하고 제품 정보만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승 행사도 주말을 포함해 사나흘씩 차량을 제공하던 기존 방식 대신 대리점을 방문하는 일반 고객에 준하는 수준으로 하루 몇 시간 시승하게 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업계는 당장은 법 시행에 맞춰 홍보·마케팅을 축소하더라도 이후에는 법 개정 등을 통해 좀 더 적극적인 활동이 가능해지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마케팅을 위한 고유활동에는 어느 정도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며 “법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 활동에까지 너무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가전쇼 CES, 유럽 국제가전전시회 IFA,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등 굵직한 국제 전시회가 많은 IT전자업계에서도 그동안 관행처럼 해오던 마케팅·홍보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 내년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걱정”이라며 “새해 신제품을 대거 내놓고 마케팅을 해야 하는 사업부서 쪽에서도 준법 범위 내의 방법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비교적 B2B(기업간거래) 비중이 큰 유화업계는 상대적으로 급한 편은 아니지만 법 시행 후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일단 교육에 주력한 뒤 실제 법이 시행되면 감사를 강화하고 컨설팅도 운영하기로 했다.

아울러 제보 채널을 상시운영하고 정기·수시 감사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법률 컨설팅 전담직원을 두고 법률자문을 제공해 임직원들이 실제 사례 중심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GS칼텍스도 권익위, 전경련, 법무법인 등에서 내놓은 자료들을 토대로 전 임직원에게 주의사항 등을 온·오프라인으로 교육하고 있다.

무역 관련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언론과의 접촉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회사 내부적으로 홍보팀의 존속 여부도 논의한 적이 있다”며 “일단은 존속하기로 했지만 당분간 만남을 자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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