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발 불똥 업계 반응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행이 사실상 결정되자 조선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구조조정 칼자루를 쥔 채권단이 드디어 ‘칼’을 빼 들었기 때문이다. 업계는 “STX발 불똥이 어디로 튈지 상황을 예측할 수 없다”며 불안감도 드러냈다.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소식을 들은 STX조선해양 직원들은 침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해운업계도 “남의 일 같지 않다” 긴장
중소 조선사의 고위 임원은 25일 “살생부의 명단이 하나둘씩 발표가 될 것”이라면서 “이제는 다음 타자가 누가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는 SPP조선도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본다.
채권단의 결정에 대해 지난 3년 동안 눈치만 보다 뒤늦게 막차를 탄 격이란 비판도 흘러나온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STX조선해양을 살리기 위해 4조원이 넘는 ‘혈세’만 낭비했다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은 시가 대비 60%로 수주를 하는 등 저가 수주의 대명사로 불려 왔다”면서 “3년 전에 이미 정리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직원들 “실낱같은 희망 가졌는데…”
경남 진해의 STX조선해양 본사 직원들은 할 말을 잃은 표정이다. 2013년 4월 자율협약 개시 후 채권단 지원을 받아 부실을 대부분 털고 STX대련 청산, STX핀란드 매각 등 해외 법인도 정리하면서 정상화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품어 왔는데 갑자기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들려 왔기 때문이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조선 불황은 전 세계적인 추세인데 개별 기업 부실로만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6-05-26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