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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최고경영자=⑤신진(新進)「그룹」 김창원(金昌源)씨

[기획]최고경영자=⑤신진(新進)「그룹」 김창원(金昌源)씨

입력 2011-12-01 00:00
업데이트 2011-12-0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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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나라」에서「시보레」까지 밤잠 2시간의 7년(年)…탁구공을 치고 받듯 바르고 정확한 임전태세(臨戰態勢)

 총알처럼 날아오는 탁구공을 빠른 속도로 반격하는 자세와 정신으로 일해 왔다.「코로나」에서「시보레」1700으로 제품을 바꾼 신진(新進)「그룹」의 김창원(金昌源·56) 사장은『탁구 선수의 정확성과 기민성 그리고 예리한 판단력이야말로 기업인이 지녀야 할 필수요건』이라고 했다. 72년 6월 일본(日本)측과의 제휴를 끊고 미국(美國)「제너럴·모터즈」와 합작 투자로「지엠·코리어」를 새로 설립한 김(金)사장은 언제나 탁구선수처럼 부산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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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忠南) 공주(公州)가 고향인 김(金)사장은 어린 시절을 어두운 공장 속에서 탁한 공기와 요란한 기계의 소음과 함께 보냈다.

 『누구나 다 겪어본 고생이지요. 인간의 성장 과정에는 반드시 역경이라고 하는 비료가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지금은 자본금 2백억원의 대 회사「지엠·코리어」를 비롯 신진(新進)자동차공업, 신진(新進)자동차판매, 한국기계, 대원(大元)강철,「코리어·스파이서」(前 現代기아), 하동환(河東煥)자동차, 한국「카이저·알루미늄」, 신원개발, 신진(新進)학원, 경향신문 등 방대한 기업을 총괄하고 있는 최고경영자 김창원(金昌源)씨에게도 역경과 슬픔은 수없이 많았다고 한다.

 홀몸으로 일본에 건너가 화가산현(和歌山縣)에 있는 현립상업학교를 나올 때까지, 그리고 6·25때 사업체를 버리고 대전(大田)에서 부산(釜山)으로 내려가 피난 생활을 하는 동안 김(金)사장은 견디기 어려운 역경을 몇번이고 겪어야 했다.

 『왜놈들에게 조금이라도 지기 싫어서 유도, 탁구, 축구 등 운동이란 운동은 다했지요』

 지금도 유단자의 유도 실력과 도(道)「챔피언」의 탁구 실력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는 김(金)사장은 학생 시절의 역경을 뚫는 방법으로 운동을 택했었다고 한다.

 강인한 체력과 뛰어난「테크닉」으로 맞설때 아무리 오만불손하던 강자도 결국은 무릎을 꿇고 말더라는 그의 생활 철학이 최고경영자의 오늘을 만들어 주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또한 부산(釜山) 피난 시절을 잊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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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사람이 실의와 불안 속에서 허덕일때 나는 일했읍(습)니다』

 미군(美軍)부대에서 쏟아져 나오는 자동차 부품(폐품)들을 정성스레 수집해서 다시 조립해 놓으면 훌륭한 승용차가 될 수 있었다.

 전쟁 중이었기 때문에 미군(美軍)의 군수품은 풍부했고 그들이 쓰다 버리는 폐품들은 말이 폐품이지 얼마든지 재생해 쓸 수 있는 값있는 물품이었다.

 그것을 다시 손질해 만들어 낸 승용차가「신진호」.

 전쟁 직후까지 서울과 부산(釜山)일대에서 한동안 많이 눈에 띄던「새나라」차 모양의 납작한「택시」가 바로 김(金)사장이 만들어낸「신진호」그것이었다.

 『인간의 생명을 좌우하는 자동차. 나는 그것을 직접 내 손으로 만들고 내 손으로 운전하면서 어떻게 하면 보다 안전하게, 보다 빠르게 그리고 즐겁게 달릴 수 있을까 연구하고 또 연구했읍(습)니다 』

 자동차 공업의 선구자 김(金)사장은 누구보다도 자동차를 잘 알고 자동차와 가깝다고 말하고 있다.

 55년 2월 신진(新進)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한 뒤에도 김(金)사장은 꾸준히 자동차와 함께 살았으며 어린 시절과 다름없이 더운 공장 속에서 탁한 공기를 마시고 돌아가는 기계소리를 흥겨운 음악으로 듣곤 했다.

 그래서 부실 운영으로 새나라 자동차가 문을 닫고 새주인을 맞아들일 때 관계 당국에서 선뜻 김(金)사장을 지목했던 것이다.

 당시 새나라 자동차의 관리권을 맡고 있던 한일(韓一)은행에서는 많은 희망자를 모두 물리치고 자동차 공업에 경험이 많고 절대적인 실력을 지니고 있는 김(金)사장에게 관리권을 넘겼었다.

 『사실 처음에는 무척 당황했읍(습)니다. 자금과 시설이 불충분한 데다가 세상에서들 말을 오죽 해야지요』

 특혜다 뭐다 말들이 많은 가운데 그는 의욕과 경험만을 믿고「새나라」를 인수했다고 한다.

 『아마 내 평생에 그때만큼 밤잠을 못 자고 일해 보기는 처음이었을 거예요』

 그러니까 65년 겨울부터 66년초까지의 일이었다.

 일본(日本)「도요다」자동차와의 제휴 조건도 처음 얘기와는 달리 자꾸 바뀌고 필요한 자금을 동원하는 일도 뜻과 같지 않았다.

 하루에 잠자는 시간은 단 2시간 뿐.

 일에 쫓겨 시간도 없거니와 잠을 자려고 아무리 애써도 머릿 속에는 수없는 자동차가 오락가락할뿐 잠은 오지 않았다고 한다.

 『내 생애에서 세번째로 겪은 역경이었던 셈이지요. 결국 그 역경을 뜷고 나오는 동안 나라고 하는 하나의 인간이 그리고 한국의 자동차공업이 성장을 하게 된 겁니다』

 그 뒤 한달 동안 3천대를 돌파하고「코로나」가 완전히 국내 시장을 석권했을 때도 김(金)사장은 흡족한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한(韓)·일(日)간의 미묘한 관계에서 비롯되는 경쟁 의식, 그리고 자기가 생산해 내는 자동차가 완전 국산이 아니라는 불만과 초조 그런 것이 지금까지도 김(金) 사장의 잠자리를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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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당시의 신진(新進)제품 자동차 국산화율은 승용차가 32.8%,「버스」가 77.4%,「트럭」이 23.37%- 중요 부품은 모두 일제(日製)로 돼 있었다.

 『물론 지금도 완전 국산화는 못하고 있읍(습)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초조하고 마음이 아프다니까요』

 그러나 완전 국산화의 날은 멀지 않았다고 김(金)사장은 장담하고 있다.

 『물줄기는 높은 데서 얕은 데로 흐르기 마련인듯 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국제 사회의 흐름도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흐르게 된다고 나는 믿고 있읍(습)니다』

 후진국 사람들은 그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하고 잡힌 기회는 유효하게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냉전 체제가 무너지고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부터 일본(日本)은 별안간 중공(中共)에 근접하고 있으며 따라서 한국으로 흐르던 일본(日本) 경제의 흐름은 그 방향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나는 일본사람들을 조금도 나쁘다고 나무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들이 우리를 쳐다보지 않고 외면만 한다면 우리도 또한 새로운 물줄기를 우리 쪽으로 돌리도록 노력해야 할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일본(日本)과의 제휴를 끊고 세계적인 자동차「메이커」인 미국(美國)의「제너럴·모터즈」와 합작 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자본금은 50%씩 4천8백만불.

 그러나 자본금을 반밖에 안 냈다 해서 회사 운영의 방침이나 제도를 미국(美國)측에 양보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어디까지나 한국이 주체고 김창원(金昌源)씨의 운영 방침이 우선합니다』

8천명의 대식구를 거느린 신진(新進)「그룹」으로서는 성실하고 근면한 종업원이 주인라는 얘기다.

『미국이나「유럽」같은 선진국에서는 공장 직공들이 1주일에 몇시간씩이나 일하는 지 아세요. 겨우 32시간만 일하면 그들은 그만이에요. 그 이상은 더하려고 하지도 않고 또 시키려고 생각지도 않아요. 그런데 우리 나라는 보십시오.1주일에 70시간 이상씩 일을 합니다. 나도 그들과 같이 일합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일 많이 하는 사람들이 회사의 주도권을 쥔다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날품팔이 노동자들로부터 대 회사 사장에 이르기까지 이 땅에 태어난 사람이면 누구나 하루 10시간 이상 일해야 한다는 것이 김(金)사장의 주장이다.

 『경영철학이요? 나는 그런 어려운 얘기는 모릅니다. 다만 정확한 판단에 의해 계획이 수립되면 지체없이 집행하라는 것이 내 지론입니다』

정확한 판단·민첩한 행동, 그것은 역시 경기에 임한 탁구선수의 자세를 그대로 본받으라는 말인 것 같았다.

이(李)에리사 양의 세계 제패도 어쩌면 대한탁구협회 회장이기도 한 김(金)사장의 그런 정신과 자세를 본 받은 결과인지 모르겠다.

『나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대단히 존경합니다. 그 젊음에 찬 패기와 과단성이 있는 결단력, 그게 무척 마음에 든단 말이에요』

 자동차와 일반기계 부품공장인 현대(現代)「기아」를「코리어·스파이서」란 이름으로 개칭하고 미국의「데이나」회사와 제휴하면서 자주 미국에 가보고 다시금 미국의 힘을 재인식했다는 것이다.

 「데이나」라고 하면 미국에서도 손꼽는 재벌급 회사다.

 그「데이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30대의 젊은이들뿐이라는 점에서 놀랐고, 30대의 젊은이들이 해내는 일이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데 조금도 손색이 없는 것을 보고 또 한번 놀랐다고 한다.

 『물론 풍부한 자원과 우수한 시설 이런 것들이 모두 갖추어져 있으니까 이루어지는 힘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그 자원과 시설을 이용하는 인간의 자세와 정신이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한국의 장래를 낙관한다고 했다.

 신진(新進)「그룹」의 장래도 몹시 희망적이라고 했다.

 약동하는 젊은이들의 의욕적인 활동이 눈부시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탁구공은 쉴새없이 날아옵니다. 잠시도 제자리에 서 있을 수는 없지요. 움직여야 합니다. 움직여야지, 민첩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말입니다』

 아직 결근을 해본 적이 없다는 신진(新進)「그룹」의 총수.

 『자동차공업 육성만이 내 의무요 목적』이라는 그의 모습에서 바로 그가 반했다는 미국(美國)의 젊은 패기와 과단성 있는 결단력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의재(李義宰) 기자> 

 ◇김창원(金昌源)씨 약력◇

 ▲1917년 8월 충남(忠南) 공주(公州)에서 출생

 ▲1953년 일본 화가산현입(和歌山縣立) 상업학교 졸업

 ▲1955년 신진공업 대표이사

 ▲1966년 신진(新進)자동차공업 대표이사

 ▲1969년 대한탁구협회 회장

 ▲ “ 한국기계공업 대표이사

 ▲ “ 주한「튜니지아」 명예영사

 ▲1971년 경향신문사 회장

 ▲1972년「제너럴·모터즈·코리어」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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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서울 73년 2월4일 제6권 5호 통권 제225호]

●이 기사는 ‘공전의 히트’를 친 연예주간지 ‘선데이서울’에 38년전 실렸던 기사 내용입니다. 기사 내용과 광고 카피 등 당시의 사회상을 지금과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한권에 얼마냐고요? 50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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