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월드컵 영웅에서 브라질월드컵 역적으로 ‥ 클럽월드컵에선?
홍명보에게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은 명과 암이 엇갈리는 대회다.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었다. 노랑색 주장 완장을 차고 스페인과의 승부차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 오른팔을 풍차처럼 휘돌리며 그라운드를 내달리던 모습은 한국축구사의 상징으로 기억된다.히딩크호의 주장 홍명보가 2002년 6월 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한일월드컵 8강전 승부차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러 한국축구의 첫 4강을 확정한 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그라운드를 내달리고 있다. [서울신문 DB]
이후 한국을 등지고 중국 리그 등을 떠돌던 그는 2017년 말 대한축구협회 전무 타이틀로 국내로 돌아왔고, 다시 4년 만에 첫 K리그 사령탑에 올랐다.
데뷔전은 4일(한국시간) 카타르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이다. 그가 이 대회를 마주하는 심정은 더 비장할 지도 모를 일이다. 예전에 맡았던 국가대표팀이 아니라 각국 리그를 대표하는 클럽팀을 이끈다는 사실이 다르고 경쟁팀들이 줄었다는 점 외에는 FIFA가 주관하는 대회라는 공통점 때문이다.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2014년 6월 23일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리 베이라히우 주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알제리와의 경기에서 대량 실점이 이어지자 침통한 표정으로 벤치로 돌아가고 있다. [서울신문 DB]
울산은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2012년 우승 이후 8년 만에 정상 탈환에 성공하며 ‘아시아 챔피언’ 자격으로 클럽 월드컵 무대에 초청받았다. 울산은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뒤 홍 감독을 영입했다.
그러나 홍 감독의 부담은 클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울산은 지난해 12월 19일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마치고 곧바로 홍 감독을 맞이한 터라 ‘홍명보식 축구’를 장착하기엔 시간적으로도 빠듯했을 게 뻔하다. 클럽월드컵이 ‘감독’ 홍명보에게 또 다른 시련이 될 지, ‘월드컵 트라우마’를 극복할 계기가 될 지 지켜볼 일이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