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과 지옥 한꺼번에 오간 송주훈

천당과 지옥 한꺼번에 오간 송주훈

입력 2013-07-04 00:00
업데이트 2013-07-0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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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 쓰고 (연)제민이랑 이야기도 많이 하고…준비 정말 열심히 했어요.”

201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나선 중앙 수비수 송주훈(건국대)은 16강전을 앞두고 조별리그의 ‘부진’에 대해 이야기하며 연방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월드컵 직전 프랑스 툴롱컵에 출전한 이후 컨디션이 떨어진데다 터키로 오면서 부담감이 커져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속상함이 묻어났다.

평소 선수 한 명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는 일이 자주 없는 이광종 감독도 훈련 중 송주훈을 볼 때마다 “툴롱컵에서 해준 활약의 반도 못하고 있다”며 콕 집어 분발을 촉구했다.

송주훈은 16강전을 앞두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만큼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기회를 살리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4일(한국시간) 열린 콜롬비아와의 16강전에서 그는 골로 다짐을 증명했다.

송주훈은 이날 터키 트라브존의 후세인 아브니 아케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U-20 월드컵 16강전에서 전반 16분 권창훈의 헤딩이 혼전 속에 떨어지자 정확히 위치를 잡고 왼발 터닝 슛을 골대 오른쪽 구석에 꽂아냈다. 콜롬비아 수비와 골키퍼를 무력하게 만드는 절묘한 슈팅이었다.

한국이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을 내주고 연장과 승부차기까지 끌려가면서 결승골은 되지 못했지만, 한국의 8강행에 발판을 놓는 귀중한 득점이 됐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송주훈은 “골이 들어갔을 때 어리둥절했다”면서 “동료의 축하를 받고 정신이 없었지만 무조건 수비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그는 승부차기에서 ‘역적’이 될 뻔했다. 1-1로 맞선 상황에 두 번째 키커로 나서 공을 크로스바 위로 날려 버린 것.

다행히 다른 선수들이 뒤에서 잇달아 승부차기에 성공해 송주훈의 선제골은 8강을 이끈 골로 남게 됐다.

송주훈은 승부차기 상황에 대해서 “머릿속이 하얘졌다. 동료가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 들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본업’인 수비에서도 상대 에이스 후안 킨테로(페스카라)와 존 코르도바(하과레스)를 ‘콤비’인 연제민(수원)과 함께 비교적 잘 묶어냈다.

지난해 고등학생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U-19) 선수권대회에서 대표팀 주축으로 뛴 송주훈은 이미 대한축구협회 시상식에서 최우수 선수상을 받으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190㎝의 큰 키를 활용해 서양 선수들에게도 뒤지지 않는 공중볼 다툼이나 대인 방어를 뽐낸다.

평소 훈련과 경기에서 느낀 점을 일지로 기록하면서 이광종 감독이 강조하는 ‘생각하는 축구’를 실천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송주훈은 “오늘도 경기장 출발하기 전에 읽던 일지에 ‘이기고 다시 펼치기를 바란다’고 쓰고 왔는데 이뤄졌다”며 웃었다.

16강전을 앞두고 비행기로 이동하면서도 상대팀 경기 영상을 보며 대비했던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의 중앙 수비를 책임질 재목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제주의 홍정호 선배 같은 수비수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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