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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원망 없었다… ‘말의 품격’도 금빛

혐오·원망 없었다… ‘말의 품격’도 금빛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2-02-10 22:14
업데이트 2022-02-11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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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경쟁자 높인 ‘대인배’ 황대헌

1000m 편파 판정·中선수 자극에도
황 “심판이 보기에 깨끗하지 않은 듯
한 수 배웠다… 좋은 선수와 경쟁 기뻐
동료 덕 좋은 결과, 기쁨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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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헌이 지난 9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준준결선에서 조 1위로 통과한 뒤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남자 1000m 준결선에서 석연찮은 판정에 실격당했던 황대헌은 억울하지 않냐는 질문에 오히려 “한 수 배웠다”며 ‘국개대표의 품격’을 보여 줬다.  베이징 AFP 연합뉴스
황대헌이 지난 9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준준결선에서 조 1위로 통과한 뒤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남자 1000m 준결선에서 석연찮은 판정에 실격당했던 황대헌은 억울하지 않냐는 질문에 오히려 “한 수 배웠다”며 ‘국개대표의 품격’을 보여 줬다.
베이징 AFP 연합뉴스
그 어떤 원망도, 조롱도 없었다. 혐오와 비난이 폭주하는 시대에 황대헌(23·강원도청)이 말의 품격까지 금메달리스트다운 모습을 보여 주며 깊은 울림을 줬다.

황대헌은 지난 9일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앞서 남자 1000m 준결선에서 나온 어이없는 판정의 희생자였던 황대헌이 아무런 논란 없이 금메달을 따내자 많은 국민이 내 일처럼 환호했다.

스포츠의 세계에서 승자는 마음껏 말할 기회를 얻는다. 최근 한중 관계는 물론 온 나라를 휩쓴 편파 판정 논란의 당사자였던 만큼 황대헌의 입에 전 세계 취재진이 주목했다. 안 그래도 1000m 금메달을 딴 런쯔웨이(25)가 판정과 관련해 “이게 쇼트트랙이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4년 전 평창올림픽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한국이 넘어진 것을 꼽으며 조롱한 것이 화제가 된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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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헌이 경기 하루 뒤인 10일 베이징 메달 플라자에서 열린 메달 수여식에 참석해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베이징 연합뉴스
황대헌이 경기 하루 뒤인 10일 베이징 메달 플라자에서 열린 메달 수여식에 참석해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베이징 연합뉴스
그러나 황대헌은 런쯔웨이와 달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골인했을 때”라고 답했고, 판정과 관련해서도 “내 생각엔 깨끗했지만 (심판에게) 깨끗하지 못한 경기였기에 판정을 받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오히려 황대헌은 “한 수 배웠다”고 했다.

한국 스포츠계에서 상대 팀 관중석을 조용히 둘러보고 오는 박지성(41)의 ‘산책 세리머니’는 상대를 기죽이는 대표적인 세리머니로 꼽힌다. 황대헌 역시 금메달 직후 비슷한 모습을 보였는데 “의도라고 해야 재밌는 거냐”고 가볍게 농담한 후 “의도한 게 아니다. 그건 쿨하지 못한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공식 인터뷰에서 한 외신 기자가 편파 판정에 관해 물었을 때도 황대헌은 “(오늘 경기에)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대신 황대헌에겐 기쁨과 감사가 넘쳤다. 10명의 선수가 결선에 뛰는 황당한 상황에 대해선 “10명의 선수가 없었다면 이렇게 영광스러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좋은 선수들과 경쟁하게 돼서 너무 기뻤다”고 했다. 함께 결선까지 뛰어 준 동료에 대해선 “좋은 팀 동료가 옆에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면서 “숙소에 가면 같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황대헌은 자신을 뜨겁게 응원해 준 국민을 잊지 않았다. 황대헌은 “안 좋은 상황 속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높은 자리에 있게 돼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국민 여러분이 많이 응원해 주셔서 든든하고 따뜻했고, 진짜 더더욱 힘을 많이 냈던 것 같다. 응원해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로 ‘국가대표의 품격’을 보여 줬다.
베이징 류재민 기자
2022-02-1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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