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티 베이커 AP연합뉴스
첨단야구 지향하는 휴스턴 70대 백전노장 더스티 베이커 선택
1968년 ML 선수 데뷔 후 첫 월드시리즈 반지 낄 수 있을까
전자장비를 이용한 사인 훔치기가 발각돼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새 사령탑으로 백전노장 더스티 베이커 감독(71)이 임명됐다.
베이커는 LA 에인절스 조 매든(65) 감독보다도 나이가 많은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령 감독으로 사실상 은퇴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사인 훔치기를 주도해 해고된 에스트로스 AJ 힌치(46) 감독과 보스턴 레드삭스 알렉스 코라(45) 감독 등 40대 젊은 감독들의 비행으로 도덕성에 큰 흠집이 난 메이저리그에 70대 감독이 구원투수로 투입된 격이다.
베이커 감독은 그야 말로 아날로그 스타일이다. 그의 책상에는 컴퓨터 한 대 없다. 수기로 일일이 기록지를 쓰고 상대팀에 대해 분석한다. ‘세이버 매트릭스’를 무시하는 베이커 감독은 데이터 야구 팬들의 공공연한 타깃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단점으로 여겨지던 그의 ‘올드 스쿨’ 스타일이 지금은 오히려 도덕성을 과시할 수 있는 장점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휴스턴과 보스턴의 사인 훔치기는 비디오 판독기 등 첨단 장비를 이용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국내 체육계 인사는 “메이저리그의 사인 훔치기 스캔들은 나이가 젊은 사람이 나이 든 사람보다 더 도덕적일 것이라는 막연한 편견을 깨는 측면이 있다”며 “사실 도덕성은 나이가 젊으냐 많으냐가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에 달렸다고 보는 게 맞지 않으냐”고 했다.
베이커 감독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1993∼2002년), 시카고 컵스(2003∼2006년), 신시내티 레즈(2008∼2013년), 워싱턴 내셔널스(2016∼2017년)의 감독을 맡아 통산 1863승 1636패(승률 0.532)의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2017년 워싱턴 내셔널스의 지휘봉을 내려놓을 때까지 월드시리즈에서 한번도 팀을 우승 시키지 못했다. 미완의 꿈을 안고 영원히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처럼 보였던 70대 감독을 다시 그라운드로 불러들인 건 역설적으로 그의 아날로그 스타일이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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