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만에 대표팀 감독 물러난 선동열
선동열(55)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이 14일 스스로 사퇴했다. 선 감독은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대표팀 운영 전권을 부여받았지만, 지난 8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불거진 병역 특혜 및 공정성 논란에 대한 부담을 지우지 못하고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았다.고개 숙인 선동열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14일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침통한 표정으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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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건 대표팀 병역 특혜 의혹과 관련해 선 감독이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하게 된 일이다. 선 감독은 당시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그 우승이(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해 사퇴 결심을 확고히 하는 데 한몫했다고 강조했다.
정운찬 총재의 국감 발언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정 총재는 국감 때 “TV를 보고 대표 선수를 뽑은 건 선 감독의 불찰”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정 총재는 “개인적으론 전임감독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선 감독은 “전임감독제에 대한 총재의 생각, (국감 발언에서) 비로소 알게 됐다. 자진 사퇴가 총재의 소신에도 부합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당시 총재의 발언으로 받은 충격이 드러나 있는 문장이다. 선 감독은 대표팀 전임감독으로 부임하며 KBO에 “프로구단에서 영입 제의가 와도 가지 않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준비한 사퇴 기자회견문은 더 길었지만, 선 감독은 1분 30초 만에 접고 출구 쪽을 향했다.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자 “사과문으로 다 말씀드린 것 같다”고 손을 내저었다.
선 감독은 하루 전인 지난 13일 KBO에 연락해 “총재와 면담하고 싶다”고 전했고, 정운찬 총재는 이날 오후 회견에 앞서 선 감독을 만났다. 동석한 장윤호 총장은 “총재가 만류하고, 문을 열고 나가려는 것도 막고, 복도까지 나와 선 감독에게 ‘계속 대표팀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장 총장은 정 총재의 발언에 대해선 “오해가 있었다. 총재의 진의는 그게 아니다. 발언 시간이 충분하지 못해 오해가 있었다고 선 감독에게 말했는데…”라고 밝혔다.
선 감독은 구본능 전 총재 시절인 지난해 7월 한국 야구대표팀의 사상 첫 전임감독으로 취임했다. 갑작스러운 사퇴 발표에 KBO는 당장 내년 11월 프리미어 12를 준비할 대표팀 사령탑부터 찾아야 한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2018-11-15 2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