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에 온 뒤 가장 낯설었던 공간은 화장실이다. 당황스러웠던 것은 입식 소변기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 웬만한 첨단 신축·공공건물이 아니면 입식 소변기가 아예 없다.
또 바닥에는 항상 물이 촉촉하게 고여있어 긴 바지를 입고 발을 잘못 디디면 낭패다. 더 황당한 경우는 오래된 건물에 가면 아예 휴지가 없는 곳이 꽤 있다.
이미지 확대
닫기이미지 확대 보기
조금 찜찜한 마음이 들었지만 하루에 몇 번씩 불가피하게 볼 일이 생기는 법. 은밀한 공간인 화장실에서 정신을 가다듬는 순간, 옆 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샤워기에서 물을 뿜어내는 소리였다. 돌아보니 모든 좌변기의 측면에는 잔디에 물을 뿌리는 스프레이 같은 장치(왼쪽 사진)가 달려 있다.
여러 곳의 공중화장실을 돌아다니다 보니 알루미늄 재질에 분사 버튼이 달린 깔끔한 장치부터 수도꼭지에 연결된 고무 호스까지, 일을 본 이후 휴지 대신 쓴 왼손 혹은 직접 닦아내는 다양한 ‘세정시설’이 있었다.
물론 수온조절 등 부가기능은 전혀 없고 오로지 물을 분사하는 기능만 있다. 내부에 장착된 서양식 비데와 달리 외부에 있기 때문에 화장실 바닥에 항상 물이 고여 있고, 덕분에 종일 대기하면서 물기를 닦아내는 이색직업도 있다. 좀더 고급시설에 가면 좌변기 바로 옆에 설치된 세라믹 재질의 장치(오른쪽 사진)가 있다. 일을 본 뒤 변기에서 옆으로 옮겨 앉아 뒤쪽 레버를 조작하면 물이 분출되도록 돼 있다.
중동식 비데 장치는 아랍국가 대부분이 수도시설을 갖춘 1970년대 일반화됐다.“항상 몸을 청결히 하라.”는 이슬람의 신앙적 규범서 ‘하디스(일명 쑨나)’에 따른 것. 단순히 위생적 목적 외에도 종교적인 의미도 있다. 교조 마호메트는 “청결은 신앙의 절반”이라고 말했다. 신체의 청결이 영혼의 청결로 옮아간다는 믿음 때문. 흐르는 물을 사용할 수 없었을 때는 모래를 이용했다고 한다.
재밌는 점은 또 있다. 이슬람 문화는 기본적으로 오른손 우선이다. 식사를 하고 선물을 주고 안내를 하는 등 좋은 일은 오른손의 몫이다.
반면 용변을 보고 신발을 닦고 코를 풀 때는 왼손을 쓴다. 심지어 화장실에 들어갈 때조차 왼발을 먼저 들여놓는다. 덧붙이면 성지 메카 쪽을 향해 용변을 보는 것은 불경스러운 일로 규탄대상이 되기도 한단다.
도하에서 argus@seoul.co.kr
2006-12-11 2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