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단체 통합 파행 왜? <상>] 손해 보기 싫은 체육회·설득 못한 문체부… 통합 판 깼다

[체육단체 통합 파행 왜? <상>] 손해 보기 싫은 체육회·설득 못한 문체부… 통합 판 깼다

임병선 기자
입력 2016-02-16 22:50
업데이트 2016-02-17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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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인력 나눠야 하는 체육회 협상테이블 앉는 데 6개월 허비…이해관계 조정 시간 턱없이 부족

막판 IOC 승인 문제 꺼내 대립
생활체육회는 남는 장사 ‘팔짱’


지난 15일 통합체육회 발기인대회 무산 소식을 접한 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체육단체 통합을 통해 선진 체육을 구현한다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게 2014년 연말이었다. 1년 넘게 통합 논의가 진행됐을 텐데 왜 이런 파행을 낳았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서울신문은 체육단체 통합 논의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갈등을 빚는 원인을 짚고 해결책을 찾는 시리즈를 긴급히 마련했다.

이날 발기인대회가 파행을 빚자 통합의 한 축으로 초청받았던 국민생활체육회 강영중 회장은 착잡한 표정으로 “6개월이나 허비한 게 안타깝다. 실기한 것이 맞다”고 되뇌었다.

지난해 6월 1차회의를 시작한 통합준비위원회에 대한체육회가 같은 해 11월에야 뒤늦게 참가함으로써 두 단체의 이견을 좁힐 시간을 충분히 벌지 못했음을 지적한 것이다. 당시 통준위는 7차 회의까지 3명의 체육회 추천 위원과 2명의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추천 위원 없이 쟁점 없는 사안만 논의했다.

애초부터 국민생활체육회는 손해보다 이익 볼 것이 많은 장사였다. 엘리트체육과 학원체육에 투입되는 막대한 예산을 함께 쓸 수 있게 되고 인력이나 기구 효율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국민생활체육회로선 정부가 마련한 통합 협상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에 반해 대한체육회는 1991년 국민생활체육회 창립으로 분가했던 ‘아우’가 25년 만에 본가로 돌아와 안방을 내달라고 하는 형국이니 불편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한국체육을 이끌어 왔다는 자부심에 상처를 입고 인력이나 조직 효율 등에서 손해 볼 것이 많았다. 그러나 통준위는 대한체육회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정치적 역량을 보여 주지 못했다.

곡절 끝에 대한체육회와 국회 추천 위원들도 지난해 11월 16일 8차 회의부터 매주 한 차례 성실히 회의에 임해 지난 1일 15차 회의까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많은 쟁점을 해소한 것이 사실이다. 안양옥 통준위 위원장은 “통합 정관의 쟁점 중 95%는 해소됐다. 여덟 차례 회의에 단 한 명도 빠지지 않았고 모두 만장일치로 결정 내렸다”고 말했다. 이때만 해도 국민체육진흥법에 규정된 법정 시한인 다음달 27일까지 통합 스케줄은 계획대로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설 연휴 직전인 지난 4일 대한체육회 추천위원들이 정관에 대한 8가지 수정 의견과 함께 통합체육회 정관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승인 문제를 꺼냈다. 통준위는 13일 정관 전문위원회를 열어 일부는 받아들이고 대다수는 원안대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양쪽은 몇 차례 보도자료를 통해 서로의 입장만 되풀이하는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정관 채택과 법인 신청서 기명 날인, 공동 회장과 이사 선임 등 통합 절차를 거의 마무리 짓는 발기인대회란 변곡점을 만나자 통준위는 극심하게 내부 균열을 일으켰고 그 결과 발기인대회가 열리지 못했다.

겉으로는 통합체육회 정관의 IOC 승인 여부를 둘러싼 이견 때문에 갈라섰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문체부와 대한체육회의 해묵은 대립과 갈등이 발기인대회란 분화구를 통해 폭발한 것으로 보는 게 맞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2016-02-1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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