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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캐럴라인 박 “평창에서 아이스하키 메달 딸래요”

[인터뷰] 캐럴라인 박 “평창에서 아이스하키 메달 딸래요”

입력 2015-01-28 10:33
업데이트 2015-01-2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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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대학원 진학 예정…안정된 삶 뒤로 하고 대표팀 합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전력을 끌어올릴 방안을 찾던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재외 교포 선수들에게 눈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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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이스하키 캐럴라인 박
여자 아이스하키 캐럴라인 박 캐나다 교포 2세 캐럴라인 박(26·한국명 박은정)이 태극마크가 박힌 유니폼을 입고 샷을 날리고 있다.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인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캐럴라인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전력 강화를 위해 해외 교포 선수 영입을 1차 목표로 삼은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초청으로 2013년 7월 말 한국을 찾았다. 2년 이상의 국내 경력을 채운 그는 이제 한국인으로 새 출발 할 기회까지 눈앞에 두고 있다. 협회 측이 신청할 예정인 우수인재특별귀화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이제 박은정이라는 이름의 한국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출전한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협회의 레이더망에 처음으로 포착된 선수는 캐나다 국적 교포인 대넬 임(22·한국명 임진경). 그는 협회에 또 한 명의 교포 선수를 소개해줬다. 역시 캐나다 교포 2세인 캐럴라인 박(26·한국명 박은정)이었다.

캐나다에서 태어나 아이스하키 장학생으로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인 프린스턴대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 캐럴라인은 당시 의대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었다.사정을 전해 들은 협회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대학을 나와 의대 대학원 진학 준비로 한창 바쁠 텐데, 안정된 삶을 뒤로 하고 한국에 올까 싶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협회는 캐럴라인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불과 10분 만에 답장이 왔다. 한국에 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캐럴라인은 2013년 7월 말 스틱 한 자루를 들고 홀로 한국을 찾았다.

지난 26일 강남역 인근에서 만난 캐럴라인은 당시 상황에 대해 “막연하게나마 한국 국가대표가 되는 꿈을 꿔왔던 터라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아버지께 여쭤봤더니 아버지도 무조건 가라고 해서 흔쾌히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키 163㎝로 아이스하키 선수로는 작은 체구지만 스피드가 뛰어나고 퍽 핸들링과 슈팅이 좋은 그는 그해 8월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한·일 친선 교류전에서 차원이 다른 기량으로 대표팀의 3전 전승을 이끌었다.

그때 처음으로 태극마크가 박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 그는 “행운아가 된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는 ‘네가 캐나다에서 태어났지만 너는 캐네디언 코리안이 아니라 코리안 캐네디언’이라고 항상 말씀하셨다. 한국을 대표해 뛸 수 있게 돼 무척 영광이었고,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브램튼에서 태어난 캐럴라인은 한 살 터울인 오빠를 따라 8살 때 처음으로 스틱을 잡았다. 부모님은 피겨 선수가 되길 원했지만, 그는 아이스하키의 세계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주니어 시절부터 빼어난 기량을 선보인 그는 2007년 전액 아이스하키 장학금을 받고 프린스턴대에 입학, 대학 4년 내내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1부 리그에서 팀의 공격수로 활약했다.

어릴 적 세계적인 스포츠용품업체 나이키의 모델로 나설 정도로 매력적인 외모까지 갖춘 그는 올해 8월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캐나다와 한국을 오가며 대표팀 선수 생활을 이어간 그는 지난해 9월 어깨 수술을 받았다. 대학 시절 당한 부상 탓에 경기 중에 자꾸 어깨가 빠졌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는 불편함이 없었기 때문에 아이스하키 선수로 뛸 것이 아니라면 굳이 수술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협회 측에서 그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로 뛸 수 있도록 귀화를 추진하겠다는 얘기를 듣자 주저 없이 수술대에 올랐다. 캐럴라인은 “힘든 결정은 아니었다”고 했다.

2년 이상의 국내 경력을 채운 그는 이제 한국인으로 새 출발 할 기회까지 눈앞에 두고 있다. 협회 측이 신청할 예정인 우수인재특별귀화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이제 박은정이라는 이름의 한국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출전한다.

당장 목표는 오는 3월 영국에서 열리는 2015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가까워지면 의대 대학원은 휴학한 뒤 훈련에 매진할 예정이다.

현재 캐럴라인은 강남역 인근의 레지던스 호텔에 머물면서 오후에는 태릉으로 건너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것이 힘들 법도 하지만 그녀는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선수들과 매일 함께 훈련하고 저녁 같이 먹으며 가족처럼 지내고 있어요. 주말에는 같이 영화도 보고 남산도 같이 가고 잘 어울리고 있어요. 모든 선수가 착해서 좋아요.”

캐럴라인은 한국 아이스하키의 열악한 인프라에 대해서는 “익숙해지니까 괜찮다”고 말했다.

아이스하키가 최고 인기 스포츠인 캐나다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비인기 종목으로 푸대접받는 현실에 대해서는 “오히려 강한 동기 부여가 된다. 한국에서 아이스하키를 인기 있게 만들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매사에 긍정적이다.

김정민 협회 홍보팀장은 “캐럴라인이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대표팀에서는 대학 시절 내내 공격수만 맡아온 그에게 수비수를 시켰지만 불평하는 것을 들어본 일이 없다”며 “요구사항이나 불만사항을 제기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전했다.

캐럴라인은 “한국 선수들은 북미나 유럽 선수들과 비교하면 작고 왜소하지만, 스피드가 뛰어나기 때문에 하키 센스만 키우면 충분히 경쟁할만하다”고 한국 아이스하키의 미래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잠재력이 충분하고 지금까지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대표팀 프로그램이 점점 더 개선된다면 평창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더 뛸 수 없을 때까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싶다는 그는 “올림픽 무대에 선다면 내 인생 최고로 영광스러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에서의 목표를 묻자 “메달 딸래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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