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기자의 ‘응원 없는’ 북한 축구 관전기

영국 기자의 ‘응원 없는’ 북한 축구 관전기

입력 2013-05-13 00:00
업데이트 2013-05-13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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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 기자가 북한 국내 축구 경기를 관전하고 난 감상문을 BBC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 화제다.

최근 평양을 방문한 팀 하틀리 기자는 ‘북한의 조용한 축구 경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경호원들과 함께 방문한 김일성 경기장은 5만을 수용하는 관중석이 가득 차 있었다”고 첫인상을 전했다.

평양팀과 압록강 팀의 경기를 관전한 하틀리 기자는 “유럽의 축구 경기와는 매우 달랐다”며 “입장을 기다리는 줄도 없고 핫도그를 파는 가게도 없었다”고 분위기를 묘사했다.

그는 다른 몇몇 서양 사람들과 함께 VIP 박스에 앉았으며 입장료는 30유로(약 4만3천원) 정도였다고 소개했다.

관중석도 “어두운 색의 양복과 빨간 넥타이, 김일성 배지를 단 남자들이 줄지어 앉아 있었다”며 “군인으로 보이는 관중도 있었는데 동원된 사람들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경기는 오전 9시30분에 시작됐으며 관중석에 있는 그 누구도 응원 소리를 내거나 깃발을 휘두르는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평양이 페널티킥을 얻었을 때도 관중석에서는 이렇다 할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보다 못한 하틀리 기자 일행이 서양식 응원 구호를 외쳤지만 북한 사람들은 그저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할 뿐이라고 했다.

골이 들어갔을 때도 관중은 물론 감독과 선수들도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갈 정도였다는 것이 하틀리 기자의 전언이다.

하프 타임에는 밴드 두 팀이 나와 양쪽 골대 뒤편에서 각각 연주를 했고 관중은 여기에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후반 추가 시간에 평양이 득점에 성공해 승리하자 하틀리 기자는 “아마 심판이 김일성 스타디움을 홈 구장으로 쓰는 평양이 이기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 같았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축구 관전 문화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다.

다만 2005년 3월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06년 독일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북한과 이란의 경기에서 북한이 0-2로 패한 뒤에 수천 명의 북한 관중이 판정에 항의하며 심판과 이란 선수들을 향해 물병과 의자 등을 집어던진 기록이 있다.

북한은 그 바람에 같은 해 6월 일본과의 홈 경기를 제3국에서 무관중 경기로 치르는 징계를 받았다.

2011년 역시 평양에서 열린 일본과의 월드컵 예선 때는 5만 명의 북한 팬들이 각종 깃발을 흔들고 메가폰과 북을 이용해 마음껏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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