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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머니 논란 ‘선구자’와 ‘종결자’는?

세리머니 논란 ‘선구자’와 ‘종결자’는?

입력 2011-01-28 00:00
업데이트 2011-01-2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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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원숭이 세리머니’에 대한 논란이 연일 계속되며 이전에 논란이 됐던 골 세리머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기성용은 지난 25일 카타르 도하의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축구 일본과의 준결승 경기에서 전반 23분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이후 괴상한 표정을 한채 얼굴을 한 손으로 긁으며 원숭이 흉내를 냈다가 도마 위에 올랐다. 많은 네티즌들은 ‘일본인 비하 세리머니’라며 경솔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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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성용은 트위터에 “욱일승천기를 보고 눈물이 났다.”고 썼다가 오히려 파장이 더 커지자 “선수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입니다.”라는 글을 추가로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기성용이 스코틀랜드 리그에서 ‘원숭이 흉내’로 조롱당했던 것을 떠올리는 사람도 많았다. 스코틀랜드 셀틱FC에서 기성용과 한솥밥을 먹는 차두리는 지난해 10월 “기성용이 경기 도중 상대팀 팬들이 원숭이 소리를 내며 야유했다.”며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알렸다.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도 28일 한국 대표팀 관계자 말을 인용해 “기성용이 그런 세리머니를 한 것은 스코틀랜드 축구팬들을 향한 것이었다고 털어놨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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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다 ‘원숭이 세리머니’ 연합뉴스
마케다 ‘원숭이 세리머니’
연합뉴스
이처럼 기성용 세리머니가 큰 관심을 모았지만 ‘원숭이 세리머니’로 비난을 받은 ‘원조’는 따로 있다. 2009년 9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이었던 페데리코 마케다(현재는 이탈리아 삼프도리아)가 장본인이다. 마케다는 당시 서울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친선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자신의 양귀를 잡아당기며 혀를 내밀어 한국팬들의 분노를 샀다. 맨유는 “더 큰 함성을 질러달라는 의미였다.”고 해명했지만 팬들을 납득시키기는 어려웠다.

 2007년에는 체코 선수가 자국 리그에서 나치식 거수 경례를 했다가 벌금을 물었다. 파벨 호르바트(스파르타 프라하)는 경기에서 승리한 뒤 팔을 눈높이로 들어올려 인사를 해 파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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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벨 호르바트 ‘나치 세리머니’ 방송 캡처
파벨 호르바트 ‘나치 세리머니’
방송 캡처


 이천수(일본 오미야)는 노골적인 상스런 몸짓으로 중징계를 당했다. 2009년 3월 K리그 개막전에서 전남 소속이던 그는 오프사이드 선언으로 노골 판정이 되자 부심을 향해 ‘주먹감자’를 날렸다. 이 때문에 6경기 출장정지 등 징계를 받았다.

 욕설·인종차별 외에도 FIFA 차원에서 자제를 권고한 세리머니가 있다. 박주영(AS모나코)이 주로 하는 ‘기도 세리머니’다.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에 앞서 기도 세리머니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박주영은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결정지은 B조 마지막 경기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프리킥으로 골을 넣은 뒤 기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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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을 넣은 뒤 기도 세리머니를 하는 박주영.
골을 넣은 뒤 기도 세리머니를 하는 박주영.


 박주영은 ‘기도 세리머니’로 자신과 대표팀에 큰 손해를 입히기도 했다. 지난해 말 이 세리머니를 하다가 무릎에 부상을 입어 이번 아시안컵에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슴 뭉클한 세리머니도 있다. 사망한 동료의 넋을 기리는 뜻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경우다.

 2006 독일월드컵때 에콰도르의 이반 카비에데스는 코스타리카전 종료 직전 골을 넣은 뒤 바지 속에서 스파이더맨 복면을 꺼내 얼굴에 쓰고 두 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1년 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오틸리노 테노리오를 위한 행동이었다. 테노리오가 생전에 골을 넣은 뒤 복면을 즐겨 썼던 것을 재현한 것이었다.

 2010 남아공월드컵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결승전에서도 팬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장면이 나왔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는 0-0으로 팽팽하게 흘러가던 연장 후반 11분 천금 같은 결승골을 넣어 ‘스페인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니에스타는 골 직후 상의를 벗어 흰색 내의를 노출시켰다. 속옷에는 “다니엘 하르케는 항상 우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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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동료를 위해 추모 세리머니를 한 이반 카비에데스(왼쪽)과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연합뉴스종합
사망한 동료를 위해 추모 세리머니를 한 이반 카비에데스(왼쪽)과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연합뉴스종합
라고 적혀있었다. 심장마비로 2009년 사망한 다니엘 하르케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축구 선수들의 골 세리머니는 많은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1994 미국월드컵 때 브라질의 베베투가 펼쳤던 ‘요람 세리머니’는 다른 선수들이 여전히 애용하고 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은 대회기간 아빠가 된 골키퍼 정성룡을 위해 나이지리아전에서 단체로 ‘요람 세리머니’를 연출해 주위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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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 등 2002한일월드컵 한국대표팀의 ‘오노 세리머니’
안정환 등 2002한일월드컵 한국대표팀의 ‘오노 세리머니’


 한편 한국 대표팀은 2002 한·일 월드컵 때에도 골 세리머니로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조별리그 미국과 경기에서 안정환이 헤딩슛으로 1-1을 만든 뒤 선수들은 단체로 코너로 달려갔다. 안정환은 맨 앞에서 쇼트트랙 흉내를 냈고, 이천수는 그 뒤에서 따라가다가 두 팔을 들며 멈칫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같은 해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1500m 경기에서 안톤 오노가 할리우드 액션으로 김동성의 금메달을 앗아간 것을 풍자한 세리머니였다.

 이 세리머니는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이 선정한 월드컵 11대 골 세리머니에 뽑힐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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