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3위는 그가 공언했던 목표가 아니었다. 그 과정이 격렬한 공격축구를 좋아하는 국내 팬의 성향과 맞지 않았기 때문에 이미 베어벡 감독은 대회 진행 중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기로 결심한 듯하다.
한국 축구는 원점에서 재출발하게 됐다. 물론 누가 감독이 되든 그동안의 한국 축구 풍토에서 활동할 것이고 팀 역시 기존 선수들을 중심으로 짜여질 것이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축구에서 감독이 갖는 엄청난 비중을 간과한 생각이다. 감독이라는 존재는 자신을 제외한 모든 구성 요소를 합한 것보다 막중하다. 안정된 환경과 뛰어난 스타를 데리고도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 아시안컵 우승국인 이라크처럼 금세 무너질 듯한 상황에서도 면류관을 쓰는 경우도 있다. 모두가 감독이라는 절대 존재에 의해 빚어지는 일이다.
고심 끝에 대한축구협회는 일단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을 분리하기로 했다. 이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축구를 하나의 유기체로 본다면 젊은 올림픽 대표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대표팀으로 성장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어린 학생이 상급 학교에 진학할 때마다 담임교사는 바뀌기 마련이다. 중학생이 익혀야 할 과제가 따로 있고 대학생이 갖춰야할 지식이 따로 있는 것이다. 베어벡 감독은 두 팀뿐만 아니라 한시적이나마 아시안게임 대표팀까지 지도했다. 이 지면을 통해 꾸준히 언급한 대로 이는 10대 후반에서 30대 선수를 단 한 명의 사령탑에 맡기는 위험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선수 구성과 목표가 서로 다른 팀들이었기 때문에 이번에 분리하게 된 것은 환영할 만하다.
여기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짚고 싶다. 우선 22일 벌어질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첫 경기에 대비해야 한다. 당장 대표팀 명단을 발표해야 하고 우즈베키스탄에 맞설 훈련에 몰두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급하다고 해서 장기적인 계획이 흔들려선 안 된다. 신임 감독은 당장의 과제를 위해 현미경을 든 자세로 목표에 임해야겠지만 축구협회는 망원경을 들고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겨냥해 치밀한 전망을 세워야 한다.
중요한 것은 대표팀과 올림픽팀을 분리했다고 해서 이를 관류하는 체계까지 사라져선 안 된다는 것. 구체적인 운영이나 전술 수립은 엄격히 독립돼야 한다. 하지만 결국 두 팀의 선수들이 월드컵을 뛰게 되므로 급변하는 현대 축구의 큰 틀에서 두 팀을 조망하고 나아가 ‘올림픽호 선장’과도 긴밀한 얘기가 오갈 수 있는 대표팀 감독을 물색해야 한다. 분리해 운영하되 거시적인 차원에서 모든 역량이 통합될 수 있는 원대한 그림을 그려야 하는 것이다. 기계적으로만 분리하고 명성만을 붙좇아 누군가를 초빙하기에는 감독이란 자리가 실로 축구의 중력이라고 할 만큼 막중하다.
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