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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뇌에 ‘머선 129’… 1% 바뀌면 나랑 대화?

침팬지 뇌에 ‘머선 129’… 1% 바뀌면 나랑 대화?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1-03-24 17:22
업데이트 2021-03-25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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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 뇌 성장의 핵심 ‘분자 스위치’ 발견
유인원보다 뉴런 숫자 3배 이상 많아져
사람 유전자와 99% 일치하는 고릴라에
줄기세포 적용하자 인간 뇌와 비슷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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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침팬지 같은 유인원의 뇌는 발생 초기 특정 유전자에 의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달된다. SF영화 ‘혹성탈출’ 중 한 장면. IMdB·20세기폭스 제공
인간과 침팬지 같은 유인원의 뇌는 발생 초기 특정 유전자에 의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달된다. SF영화 ‘혹성탈출’ 중 한 장면.
IMdB·20세기폭스 제공
단단한 두개골 속에 자리 잡은 말랑말랑한 순두부 같은 형태의 신체조직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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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의 ‘뇌’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신체기관이지만 여전히 완전히 파악되지 않은 미지의 세계이다. 미국 하버드의대 맥린병원 제공
1.4㎏의 ‘뇌’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신체기관이지만 여전히 완전히 파악되지 않은 미지의 세계이다.
미국 하버드의대 맥린병원 제공
뇌 덕분에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해 낼 수 있고 예술작품이나 자연을 보고 들으면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치매,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우울증같이 현대인을 괴롭히는 많은 질환도 모두 뇌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나타나는 것들이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먼 은하계를 관찰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고 미립자의 세계까지도 탐구하고 있지만, 우리 두 귀 사이에 존재하는 이 작은 기관은 여전히 베일 속에 감춰져 있다. 무게 1.4㎏으로 몸무게의 약 2%에 불과한 여러 신체기관 중 하나이지만 몸속으로 들어오는 산소 15%, 포도당 50%를 사용하고 있다. 1000억개의 신경세포로 연결돼 있으며 이들이 여러 형태로 얽혀 1000조개에 이르는 시냅스를 구성하고 있는 뇌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기관이자, 작은 우주이다.

사람과 유인원, 특히 침팬지는 유전자의 99%가 일치하지만, 외모는 물론 여러 기관의 형성에서 차이를 보인다. 대표적인 기관이 뇌이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침팬지와 고릴라의 뇌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뉴런을 가진 인간의 뇌가 어디에서 차이를 보이며 성장하는지를 탐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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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 5주가 지난 뒤 뇌 오가노이드의 크기 차이(왼쪽부터 사람, 고릴라, 침팬지). 영국 MRC 분자생물학연구소 제공
배양 5주가 지난 뒤 뇌 오가노이드의 크기 차이(왼쪽부터 사람, 고릴라, 침팬지).
영국 MRC 분자생물학연구소 제공
영국 MRC 분자생물학연구소, 케임브리지대 응용수학·이론물리학과, 독일 하노버의대 중개·재생의학연구센터, 말기·폐쇄성폐질환 생의학연구소, 미국 듀크대 생물학과 공동연구팀은 유인원의 뇌 오가노이드와 인간의 뇌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비교한 결과 인간의 뇌로 성장하는 데 핵심적인 분자 스위치를 찾아내고 그 연구결과를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25일자에 발표했다.

오가노이드(장기유사체)는 줄기세포를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신체 장기와 유사하게 만든 것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매들린 랭커스터 영국 MRC 분자생물학연구소 박사는 2013년 신경줄기세포를 이용해 사람의 뇌 오가노이드를 처음으로 만든 연구자로 널리 알려졌다.

뉴런은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신경전구세포가 분화돼 만들어진다. 원통 형태의 신경전구세포는 동일한 모양의 딸세포로 쉽게 분화되는데 신경전구세포가 더 많이 증식될수록 많은 뉴런이 만들어진다. 신경전구세포가 충분히 증식되고 성숙하면 원뿔 형태로 변하게 되고 증식 속도가 낮춰지면서 뇌세포가 완성된다.

연구팀의 실험에 따르면 고릴라와 침팬지 같은 유인원 뇌 오가노이드는 이 같은 전환이 5일 만에 이뤄지는데 사람의 뇌 오가노이드는 7일이 걸린다는 것이 확인됐다. 사람의 신경전구세포가 유인원보다 더 오랫동안 원통 모양을 유지하면서 더 많은 분열을 일으켜 뇌신경세포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사람의 뉴런 숫자는 유인원보다 3배 이상 많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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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유인원의 뇌 차이는 신경전구세포 분화 기간 때문이다. 원통형의 인간 신경전구세포(왼쪽)는 원뿔형의 고릴라 신경전구세포(오른쪽)보다 분화 기간이 더 길어 신경세포를 더 많이 만들고 크기도 커지게 한다. 영국 MRC 분자생물학연구소 제공
사람과 유인원의 뇌 차이는 신경전구세포 분화 기간 때문이다. 원통형의 인간 신경전구세포(왼쪽)는 원뿔형의 고릴라 신경전구세포(오른쪽)보다 분화 기간이 더 길어 신경세포를 더 많이 만들고 크기도 커지게 한다.
영국 MRC 분자생물학연구소 제공
연구팀은 이 같은 차이를 보이는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 인간과 유인원의 뇌 오가노이드에서 발현되는 유전자들을 비교했다. 그 결과 ‘ZEB2’라는 유전자가 뇌 발달의 핵심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실제로 고릴라의 신경전구세포에서 ZEB2 발현을 제어해 신경전구세포의 분화기간을 길게 만든 결과 고릴라의 뇌 오가노이드는 사람의 뇌 오가노이드와 비슷한 크기로 발달하는 것이 관찰됐다. 반면 사람의 뇌 오가노이드에서 ZEB2 유전자 발현을 촉진시켜 분화기간을 줄이면 유인원의 뇌 오가노이드와 비슷하게 되는 것이 관찰됐다.

랭커스터 박사는 “이번 연구는 인간과 유인원의 뇌 발달 차이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첫 연구로 세포 모양의 단순한 진화적 변화가 뇌의 최종 형태를 다르게 만든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발견”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21-03-2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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