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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붙인 靑… “고유의 인사권 행사” 검찰 개혁 고삐 죄기

밀어붙인 靑… “고유의 인사권 행사” 검찰 개혁 고삐 죄기

김헌주 기자
김헌주, 민나리, 임일영 기자
입력 2020-01-09 01:28
업데이트 2020-01-09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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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 ‘검찰 빅4’ 물갈이… 靑 의중 반영

대검 참모진 지방 전보… 사실상 좌천
차기 총장설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
14년 전 文보좌 이성윤 중앙지검장에
‘참여정부 인연’ 조남관 검찰국장 보임
與 “작년 尹에 전권 준 건 이례적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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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대대적인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한 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검찰 상징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뉴스1
법무부가 대대적인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한 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검찰 상징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뉴스1
8일 법무부가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하면서 검찰 내 ‘빅4’로 불리는 핵심 요직이 모두 새로운 인물로 채워졌다. 검찰 인사와 예산을 책임지는 법무부 검찰국장에 비(非)검사 출신을 임명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갈등설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결국 이번 인사에서는 청와대의 의중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검찰 조직 내 2인자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자리에는 각각 이성윤(58·사법연수원 23기) 법무부 검찰국장과 조남관(55·24기) 서울동부지검장이 임명됐다. 이 두 사람의 공통 분모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 파견돼 특별감찰반장을 지냈다는 점이다.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 때 대검찰청에서 각각 반부패강력부장, 과학수사부장을 맡기도 했다. 전북 출신으로 전주고 동문이란 점도 공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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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경희대 후배이기도 한 이 신임 지검장은 지난해 7월 검사장 인사 때도 유력한 서울중앙지검장 후보로 꼽혔다. 이 지검장은 1994년 서울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광주지검 특수부장,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장,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장 등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대검에서 형사부장에 이어 반부패강력부장을 지냈다.

법무부 검찰국장 자리에는 조남관(55·24기) 서울동부지검장이 보임됐다. 조 지검장은 유재수(56·구속 기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무마 의혹 사건 수사를 총괄하긴 했지만 현 정권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하면서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조 신임 국장은 전북 전주 출신으로 전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2000년 대통령 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1과장으로 활동하면서 박정희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 조사 중 사망한 최종길 전 서울대 법대 교수 의문사 사건을 조사하기도 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검찰 내부망에 “비위를 제대로 감찰하지 못한 죄스러움이 있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신임 지검장과 함께 전주고 동문이다.

또 다른 핵심 요직인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과 공공수사부장(옛 공안부장) 자리에는 심재철(51·27기) 서울남부지검 1차장과 배용원(52·27기) 수원지검 1차장이 각각 검사장으로 승진·임명됐다. 전국 특별수사를 지휘하게 될 심 신임 부장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시절 대변인을 지냈으며, 추미애 장관 인사청문회준비단에도 투입된 바 있다.

윤 총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할 대검 신임 차장검사에는 구본선(52·23기) 의정부지검장이 임명됐다.

반면 ‘윤석열 사단’으로 불린 대검 참모진은 모두 일선 검찰청으로 물러났다. 사실상 좌천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해 온 한동훈(47·27기)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청와대의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해 온 박찬호(54·26기)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 검사장으로 전보됐다. 이 두 사람은 윤 총장이 중앙지검장이던 시절부터 함께 ‘적폐수사’를 해 왔다. ‘개국 공신’으로 영전했다가 불과 6개월 만에 또 다른 ‘적폐’로 몰린 셈이다. 배성범(58·23기) 서울중앙지검장은 고검장 승진을 했지만 비수사부서인 법무연수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밖에 강남일(51·23기) 대검 차장검사는 대전고검 검사장으로, 조상준(50·26기) 대검 형사부장과 이원석(51·27기) 대검 기획조정부장도 서울고검 차장검사, 수원고검 차장으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윤 총장과 가까운 사이로 꼽히는 윤대진(56·25기) 수원지검장은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간다. 사법시험이 2017년을 마지막으로 폐지됨에 따라 지난해 처음으로 단 1명이 50기 연수생으로 입소한 바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차기 총장설까지 거론된 인사를 ‘한직’으로 보낸 것은 사실상 “옷을 벗으라는 신호가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왔다.

여권은 이번 인사를 ‘비정상의 정상화’로 규정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신임 검찰총장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해 당시 조국 민정수석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가 주요 인사의 전권을 줬던 게 이례적이며, 특수부가 독점했던 비정상적인 인사를 바로잡은 것”이라면서 “임명직 총장이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의 인사권을 공유한다고 생각했다면 오만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윤석열 패싱’ 논란에 대해 “모든 고위공직자 임명은 대통령에게 권한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면서 “인사권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장관이 검사 인사에서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는다는 게 대등한 입장에서 ‘협의’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2020-01-0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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