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 ‘정운호 돈 1억’ 정말로 받았나

현직 검사 ‘정운호 돈 1억’ 정말로 받았나

최지숙 기자
입력 2016-06-19 22:26
업데이트 2016-06-19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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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감사원 감사 무마 위해 줬다”…수뢰 의혹 검사 뇌출혈로 입원

가족 “돈 관련 이야기 들은 적 없다”
檢 “압수수색·병원 방문조사 검토”


‘정운호 게이트’ 사건에 전관뿐 아니라 현직 판검사도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그러나 당사자 측이 이를 부인하는 데다 건강상 문제도 걸려 있어 진술 외에 결정적 단서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19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현직 부장검사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서 억대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계좌 추적 등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정 대표는 2010년쯤 감사원 감사 무마를 위한 로비 명목으로 박모 부장검사에게 1억원을 줬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당시 네이처리퍼블릭은 서울메트로 상가 입점을 위해 상가 운영업체 S사의 사업권을 인수한 상태였다. 그러나 몇 달 뒤 서울메트로가 S사를 운영업체로 선정한 과정에 대한 감사가 시작되자, 감사원 고위 간부와 연이 있는 박 검사에게 돈을 건넸다는 것이다. 정 대표의 지인 A씨한테도 “1억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받아낸 검찰은 “배달 사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검사는 뇌출혈로 지난 5월 초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한 뒤 인지 기능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두 차례 수술을 받고 최근 재활 치료 중이다.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하고 의사표현도 거의 못해 가족과 간호사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박 검사의 가족은 “아직 사람도 잘 못 알아보고 자신이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는지도 모르고 있다”면서 “수십년간 검사 생활을 했지만 남의 입에 오르내린 적 없었고, 1억원을 받아야만 할 정도로 돈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었다. 관련된 얘길 한번도 들은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이어 “맞다, 아니다란 말도 못해 자기 방어를 전혀 할 수 없는데 타인의 진술만으로 피의자로 몰아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의료진도 현재 박 검사의 회복 시기와 정도를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검찰 관계자는 “박 검사가 조사를 받는다면 피의자 신분이 될 것”이라면서 “필요한 모든 조사를 하고 있고 주거지 압수수색이나 병원 방문조사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당사자 진술을 듣기 어렵다면 혐의를 입증할 만한 다른 자료를 충분히 소명해야 기소할 수 있다”면서 “중한 사안이라 계좌 흐름을 보는 것만으론 부족하기 때문에 상태가 회복될 때까지 시한부 기소중지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2016-06-2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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