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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잘 자야 잘 산다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잘 자야 잘 산다

입력 2011-08-01 00:00
업데이트 2011-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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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이불호청이 널린 빨랫줄에서 막 날갯짓을 시작한 제비들이 한가롭게 털을 다듬습니다. 나리꽃 담장 그늘에서는 닭들이 연방 홰를 쳐대며 흙장난을 치고, 흙마당엔 칠월 한낮의 땡볕이 뜨겁습니다. ‘여름 일은 아침 일’이라 서둘러 들일을 마치고 나면 딱히 할 일도 없는 터라 삶은 감자로 뱃골을 채운 뒤 마룻장에 드러눕습니다. 파란 하늘에 뽀얗게 흰구름 피어나는 모습을 보고 누웠자니 슬슬 잠에 빠져듭니다. 그때 잤던 잠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잠이었던 것 같습니다. 머리 커진 후로는 그렇게 편한 잠에 빠져본 기억이 별로 없으니까요.

잠은 휴식이자 충전입니다. 그렇기에 생애의 반은 잠을 자도록 인간이 설계된 것이겠지요. 그런데 그런 섭리를 어기는 일이 다반사고, 그래서 현대인은 늘 수면 부족의 병을 안고 삽니다. 의사들은 하룻밤을 꼬박 새우거나 1주일 동안 매일 4시간만 수면을 취하면 혈중알코올농도 0.1% 상태와 맞먹으며, 1주일간 잠을 자지 않으면 아예 뇌의 알파파가 없어져 통제하기 어려운 흥분상태에 빠진다고 합니다. 당연히 잠은 잘 자야 하는데, 그렇게 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술이라도 마신 날이면 어김없이 한밤중에 깨어 곤욕을 치르고, 그런 날은 출근해서도 몸이 천근만근 가라앉기 십상입니다. 잠이라는 게 사람마다 다르지만 성인의 경우 7시간 30분 정도는 자줘야 한다는데, 우리나라 성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에 불과합니다.

직장인들이야 눈치보여 내놓고 졸기도 쉽지 않지만, 졸리면 토막잠이라도 청하는 것이 몸과 마음을 정돈하는 지혜입니다. 쏟아지는 잠을 견딘다고 일이 잘 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잠을 청하는 모습이 더러 나태해 보이기도 하지만 열심히 일한 탓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지요. 어떻든 잠은 밤에, 잠자리에서 해결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세상 일에 이리저리 치이다 보면 현대인들, 신권(神權)인 잠조차 맘대로 못자고 삽니다. 그래서야 건강한 삶을 누리기 어렵지요. 잘 자는 게 잘 사는 일인데도 말이지요.

jeshim@seoul.co.kr

2011-08-0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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