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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Health Issue] 기면증

[Weekly Health Issue] 기면증

입력 2011-08-01 00:00
업데이트 2011-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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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 수 없는 졸음에 안전사고 위험… 치료로 교정해야

인간의 활동 패턴은 낮에 일하고, 밤에 자도록 정형화되어 있다. 이 반복적인 순환은 지속적이고도 역동적인 인간생활의 근간이 된다. 그러나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잠에만 빠져드는 병이 있다. 더위로 생체리듬이 항상성을 잃기 쉬운 여름에는 더하다. 바로 수면장애인 ‘기면증’(narcolepsy)이다. 기면증은 청소년기에 주로 나타나는데, 이 때문에 “넌 왜 허구한날 잠이냐.”라거나 “그 따위로 하려면 공부고 뭐고 다 때려치워라.”라며 자녀들을 타박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 그러나 자녀나 가족 중 누군가가 자신의 의지로 잠을 통제할 수 없는 상태라면 한번쯤 기면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기면증 환자를 방치하면 그의 삶이 결국 잠에 먹히기 때문이다. 이런 기면증에 대해 삼성서울병원 수면센터 홍승봉(대한수면학회장) 교수로부터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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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직장인이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다. 종종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쓰러져 잠이 든다면 수면장애인 ‘기면증’을 의심해 볼 만하다. 일정 시간을 정해 밤과 낮에 잠을 나누어 자는 습관이 필요하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한 직장인이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다. 종종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쓰러져 잠이 든다면 수면장애인 ‘기면증’을 의심해 볼 만하다. 일정 시간을 정해 밤과 낮에 잠을 나누어 자는 습관이 필요하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기면증이란.

기면증은 낮 동안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또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잠에 빠져드는 수면장애를 말한다. 환자들은 밤에 충분히 자지만 공부나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 낮에 갑자기 저항하기 힘든 잠이 몰려와 결국 잠에 빠져들고 만다. 대개 중·고등학교 때 시작되지만 더 어리거나 장년·노년층에서 발병하기도 한다.

●원인은 무엇인가.

대부분 뇌의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각성호르몬 히포크레틴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다. 환자들의 경우 낮 동안 이 히포크레틴 분비량이 정상인의 10분의1 정도에 불과하며 심한 경우 100분의1밖에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인체가 정상적인 각성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심하게 졸거나 잠들게 된다.

●기면증이 왜 문제가 되는가.

기면증으로 인한 졸음은 참거나 저항할 수 없어 공부나 운전 중에도 잠에 빠져들 수 있으며, 심하면 걷거나 식사 중에 잠들기도 한다. 또 환자의 70%가량은 크게 웃거나, 화를 내거나, 놀랄 때 갑자기 몸에서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이 나타나 하체가 휘청거리거나 쓰러지기도 하며, 웃다가 얼굴 근육의 힘이 빠지거나 고개가 앞으로 꺾이기도 한다. 또 가위눌림(수면마비)이나 입면환각 증상이 나타나며, 낮에 못 견디게 졸린 것과 반대로 밤에는 깊은 잠을 자지 못한다. 이런 증상 때문에 각종 안전사고에 취약하며, 학습 및 작업능률이 크게 떨어진다.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심한 주간 졸음과 탈력발작이다. 이런 증상은 오랜 시간을 거쳐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과도한 낮 졸음은 기면증의 첫 증상으로, 대부분 각성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 예컨대 영화를 보거나 편지를 쓰거나 운전 중에도 돌연 잠에 빠져드는 경향이 뚜렷하다. 탈력발작이란 근육의 힘이 갑자기 빠져 정상적인 기립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운 증상으로, 잠깐 무릎에 힘이 빠지는 정도로 약하게 오기도 하지만 연체동물처럼 몸이 풀려 맥없이 주저앉거나 넘어지기도 한다. 여기에다 잠이 들거나 잠에서 깰 때 발생하는 수면마비(가위눌림), 환자가 잠에 들 때나 잠에서 깰 때 생생한 꿈처럼 나타나는 입면환각, 야간 수면장애 등이 대표적이다.

●유병률은 얼마나 되나.

흔히 기면증을 희귀 질환으로 알지만 의외로 환자가 많다. 미국의 경우 인구 100만명 중 500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우리나라도 전국에 2만 5000명 이상의 환자가 있고, 해마다 600명의 환자가 새로 생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면증이 유발하는 피해는.

사실 기면증은 졸음보다 졸음으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피해가 더 큰 질환이다. 교통사고나 안전사고로 인한 신체·재산의 피해는 물론 개인의 삶과 사회생활에 악영향을 끼쳐 정상적인 가정·학교·직장생활을 어렵게 한다. 특히 환자가 많은 청소년의 경우 학습능력 저하로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하며, 대인관계도 어렵게 된다. 이는 환자들의 낮은 자존감, 우울증과도 직접 연결되는 문제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밤잠을 검사하는 수면다원검사와 낮잠을 검사하는 반복적 수면잠복기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일반적으로 정상인은 얕은 수면에서 깊은 수면단계로 바뀌어 꿈을 꾸는 렘(REM)수면에 들기까지 80∼90분이 걸리지만 기면증 환자는 15분 이내에 렘수면에 든다. 이런 점을 파악하면 진단은 어렵지 않다.

●기면증 치료법을 상세히 소개해 달라.

아직 기면증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개발된 치료만으로도 거의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증상을 조절하거나 호전시킬 수 있다. 치료는 주로 행동치료·환경조절요법 및 약물치료로 이뤄진다.

행동치료란 규칙적인 수면습관과 충분한 수면이 가능하도록 매일 정해진 시간에 15∼20분 정도씩 한두 번 낮잠을 자게 하는 방법이며, 환경조절요법은 학교 친구나 지도교사, 직장 동료들에게 자신이 환자라는 점을 알려 소외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치료는 대부분 효과가 제한적이어서 치료 효과가 확실한 약물치료를 많이 사용한다.

약물치료는 크게 두 트랙으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우선 낮에도 심한 졸음에 빠지지 않고 각성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각성제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문제는 기존의 각성제가 빈맥·불안·의존성 등의 부작용이 많고 작용시간이 짧아 매일 3~4회나 복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 기면증 치료제로 유일하게 FDA 승인을 받은 ‘프로비질’(성분 모다피닐 200㎎)은 이런 부작용이 거의 없고, 하루에 한번만 먹도록 설계돼 있어 치료에 유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프로비질은 수면과 관련된 뇌 시상하부에만 선택적으로 작용, 12∼13시간 이상 효과를 보이면서도 안전해 아이들의 ADHD 치료제로 지금까지 흔하게 사용된 ‘리탈린’이나 흥분제의 일종인 ‘암페타민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작용기전을 갖고 있다. 환자가 탈력발작을 보일 때는 항우울제를 투여하는데, 여기에는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좋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SSRI)가 주로 사용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2011-08-0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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