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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수업 등 쟁점 많은데… 새 교육과정, 석달 만에 사회적합의 이룰까

원격수업 등 쟁점 많은데… 새 교육과정, 석달 만에 사회적합의 이룰까

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입력 2021-04-27 17:04
업데이트 2021-04-28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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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2022 개정 교육과정 공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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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차기 교육과정을 ‘공론화’ 과정을 거쳐 마련한다. 학생과 학부모 등 일반 시민들이 참여해 ‘사회적 합의’의 토대 위에 차기 교육과정을 세운다는 구상이다. 공교육의 방향을 정책 수요자들이 설계한다는 취지의 이면에는 ‘결론 없는 숙의’라는 공론화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만큼, 논의의 틀과 의제를 어떻게 설계할지에 성패가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 20일 ‘국민과 함께하는 미래형 교육과정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2022 개정교육과정 추진 과정에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국민들이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2022 개정교육과정은 오는 2024년 초등학교 1·2학년과 2025학년도 중·고등학교 1학년부터 적용된다.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미래 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운다는 목표로 학생 개별 맞춤형 교육과 정보 소양 교육, 민주시민교육, 생태전환교육 등이 강화된다. 2025학년도부터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와 맞물려 고교 교육과정 전반이 ‘환골탈태’한다는 점에서 ‘고교학점제 교육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주도했던 교육과정 개정 과정의 틀을 깨고 ‘대국민 의견 수렴’이 중요한 축을 차지한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국가교육회의 등 세 기구가 주체가 돼 거버넌스를 꾸려 학생과 학부모, 교원 등의 의견을 전방위적으로 수렴한다. 국가교육회의는 ‘국민참여단’과 ‘청년·청소년자문단’을 구성해 집중 숙의를 거쳐 권고안을 마련한다. 교육부는 각종 온·오프라인 토론회와 포럼, 정책 설명회 등을 진행한다. 5~6월 사이 한 달간 차기 교육과정에 대한 대국민 설문조사가 실시되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온라인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이 같은 의견 수렴을 거쳐 이끌어 낸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8월 차기 교육과정 총론의 뼈대를 마련한다. 이후 10월에는 총론 주요 사항이 발표되며 내년 10월에는 2022 개정교육과정이 확정·고시된다. 교육과정 심의위원회에는 기존에 없던 ‘학생특별위원회’와 ‘지역교육과정특별위원회’가 신설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과정을 심의위원회에 상정하기 전 학생들이 검토해 의견을 수렴하는 것으로, 구성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 역량’, ‘맞춤형 교육’ 등 청사진을 구현할 세부적인 의제에서 적지 않은 쟁점이 예상된다. 원격교육과 에듀테크가 본격적으로 교육과정에 명시되는 데 대한 우려가 대표적이다. 정소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원격수업으로 심화된 교육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할지 고민해야 할 시기에 차기 교육과정에 ‘원격수업 활성화’가 명시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지역과 학교, 교사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교육 분권’에 대해서는 지역별, 학교별 교육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수학·과학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수학과 과학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는 차기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맞춤형 교육’, ‘학습량 적정화’와 충돌할 가능성도 크다. 생태·민주시민·성평등·노동교육 등 사회 각계에서 쏟아내는 요구를 교육과정에서 어디까지, 어떻게 수용할지도 난제다. 학생들의 ‘삶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철학의 대척점에는 여전히 ‘지식의 습득’을 중시하는 철학이 공고하게 서 있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일제고사 부활’과 같은 교육계 안팎의 해묵은 논쟁거리도 피하기 어렵다. 진영 간 갈등이 재현될 여지도 있다. 교육부가 2022 개정교육과정에서 강화하겠다고 밝힌 ‘민주시민교육’에 대해 보수 진영은 “진보 진영의 전유물”이라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2022 개정교육과정 총론 주요 사항의 최종안을 마련하는 데 앞서 ‘대국민 의견수렴’ 기간은 오는 7월까지 불과 3개월이다. 꼬리를 무는 쟁점들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에는 일정이 촉박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국가교육회의가 주도했던 2018년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의 경우 2018년 6월부터 7월까지 2개월간 진행됐으며 시민참여단의 숙의는 7월 중 두 차례 열렸다.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어내지 못하고 이도 저도 아닌 결론을 내놓으며 ‘공회전’을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등 세 주체 간 유기적인 협력관계가 되지 않는다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면서 “각종 위원회가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수 있지만 구성을 위해 한두 번 모이고 끝나는 등 형식만 갖추는 데 그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어디까지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이번 교육과정 개정은 ‘수시·정시 비율’ 같은 사안을 논의했던 대입제도 개편보다 의제가 방대하고 심층적이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대학교수들은 교육 철학과 인재상을 이야기하겠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어떤 교육을 받게 될지에 관심이 있다”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하는데 3개월 동안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학생과 학부모의 시선에 맞춰 의제를 세밀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학자들이 주도하는 ‘말의 성찬’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시도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자기주도적 인재를 지향한다’는 식의 좋은 말에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 수년간 2015 개정교육과정에 대한 평가와 미래교육에 대해 실시해 온 정책연구 및 지난해 다방면으로 열린 교육과정 포럼 등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하는 만큼, 교육과정 개정 논의가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앞서 발표한 2022 개정교육과정의 주요 방향이 ‘상수’(常數)는 아니다”라면서 “총론의 지향점을 놓고 찬반을 묻는 차원이 아니라 교육과정에서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한 논의도 공론화 과정에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정보 소양을 함양해야 한다”는 당위론을 넘어 교육과정에서 ‘정보’ 교과의 수업 시수를 늘릴 것인지, 개별 과목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을 도입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견 수렴이 단 3개월에 그치지 않고 2022 개정교육과정을 확정·고시하기 직전까지 포럼과 공청회, 정책 설명회 등을 이어 갈 것이라고 교육부는 덧붙였다. 이 같은 의견 수렴 과정이 소수의 학생·학부모에게 확성기를 쥐여 주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이 회장은 “사교육을 할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부모들이나 성적이 상위권인 학생들이 공청회나 포럼 같은 행사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기 마련”이라면서 “취약 계층과 농어촌 및 벽지 학생, 공교육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 정부로 넘겨진 대입제도 개편은 가장 큰 숙제다. 2028학년도부터 적용될 ‘미래형 대입제도’는 2024년 2월에 발표되며, 이번 교육과정 개정과는 별개로 진행된다. 고교학점제와 맞물릴 대입제도에 대해 교육부는 ‘서술·논술형 수능’을 검토하고 있으나 ‘오지선다형 수능=공정’이라는 도식을 극복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차기 교육과정 개정을 위한 본격적인 공론화는 다음달 시작된다. 국가교육회의는 ‘만 15세 이상 교육에 관심 있는 국민’을 대상으로 다음달 초 국민참여단을 모집한다. 이들 중 만 15~34세인 사람을 ‘청년청소년자문단’으로 위촉해 당사자로서 의견을 개진하는 역할을 부여한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21-04-2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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