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포기할까 흔들리는 내 아이 막을 4가지 비법

영어 포기할까 흔들리는 내 아이 막을 4가지 비법

입력 2013-05-28 00:00
업데이트 2013-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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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아이에게 맞춰라 ②성취감을 심어 줘라 ③엄마 목소리로 읽어라 ④책읽기로 오감 키워라

집에서 영어를 곧잘 하던 하은(가명·6·여)이는 영어유치원에 편입한 뒤부터 말수가 줄었다. 첫날 영어 합창을 따라 부르지 못한 일과 “한국말을 쓰지 말라”고 외국인 교사에게 지적받은 일을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게 화근인 듯하다. 엄마는 밀린 진도를 맞추느라 하은이와 집에서 3시간씩 영어 공부를 하지만, 영어 실력이 늘지 않아 걱정이다. 너무 어린 나이에 영어를 시키는 건 좋지 않다던 누군가의 지적도 떠오른다.

신수정씨
신수정씨
어린이 영어 교재를 분석하고 관련 교구와 교습법을 개발하는 문진미디어 킴앤존슨 영어교육센터 등에서 15년간 일한 신수정(43)씨는 하은이처럼 영어를 포기할 기로에 놓인 아이들을 많이 만났다. 영어 전문 교사들은 아이들이 힘들어 하는 부분을 곧잘 찾아냈지만, 정말 영어가 더딘 아이가 있으면 ‘공’을 엄마에게 돌렸다. 아이의 영어 부진 원인을 노력부족 탓으로 여기고, 숙제를 많이 내서 엄마와 아이가 함께 공부를 해 오도록 유도했다. 어떤 아이는 숙제를 완성했고, 또 다른 아이는 영어를 포기했다.

신씨는 이런 접근 방법에 문제가 있지 않은지 고민했다. 그리고 찾아낸 게 미국 하버드대 교수인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이다. 다중지능 이론이란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강점을 지닌 지능의 영역도 각기 다르기 때문에 강점을 발전시키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부분도 균형있게 발전시킬 수 있다는 이론이다. 신씨는 “영어유치원이나 학원에서는 아이가 모를 때까지 ‘이건 뭐야’라고 묻는 식으로 가르치는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약점을 찾아내기 위한 교육”이라면서 “아이의 강점을 살려 작은 목표라도 연속해서 달성할 수 있게 이끌어주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신씨가 최근 펴낸 ‘아임리딩’(I´m Reading) 시리즈는 다중지능 이론을 반영한 영어 그림책이다. 언어·음악·신체운동·자기이해·인간친화·자연친화·공간·논리수학 등 8개 영역으로 나누고 영역별로 난이도에 따라 4단계로 수준을 정한 60권의 영어책을 2년 동안 신씨 혼자 창작했다. 그는 “아무래도 외국교재는 문화 차이로 아이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한국 정서에 맞는 우리 교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림책 내용이 한국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경험에 기반했기 때문이다. 할머니 손에 자란 신씨가 어린 시절 할머니 얘기를 들으며 졸졸 따라다니다 책상 밑에 들어가 스르르 잠들었던 기억은 공간 지능 영역의 ‘이상한 나라의 위니’ 이야기가 됐다. 스위스 출장을 다녀온 아빠가 얼음의자에 앉아 있는 사진을 보며 신씨네 다섯 남매가 신기해하던 일화는 남극 펭귄이 도란도란 모여 영사기로 이글루 벽에 쏜 사진을 보는 ‘동굴 속 펭귄 포핀스’로 각색됐다. 펭귄 포핀스는 인간친화 영역에 있다. 집에서 잠시 유기견을 맡았던 경험은 눈이 안 보이는 소녀가 맹인견을 만나 행복해지고 맹인견의 죽음에 슬퍼하는 애틋한 이야기로 인간친화 영역에 담겼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영어 공부 걱정을 하게 되는 요즘, 신씨는 “너무 조급해 하지도, 너무 방치하지도 말라”고 당부하며 다음과 같은 4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대학에서 일문과를 전공한 신씨가 영어교육 공부를 본격 시작한 것은 딸 송다인(18)이 때문이었다. 다중지능 이론에 따라 언어 영역에 재능이 있는 다인이를 돕고 싶었다. 다인이가 7살 때까지 사회활동을 쉬었던 신씨는 다인이가 읽어 달라는 만큼 책을 읽어줬고, 공연도 함께 봤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본 다인이가 주인공처럼 탭댄스를 배우고 싶다고 하면, 공부 학원은 안 보내도 탭댄스 학원은 보냈다. 단 “탭댄스를 배우다니 참 이상하구나”라고 말하는 주변 얘기를 못 들은 척하는 ‘강심장’이 필요했다.

아이의 흥미와 강점을 파악했다면 아이가 성공을 경험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책 한 권을 읽어 냈을 때, 좋아하는 영어 단어가 생겼을 때, ‘해피 버스데이 투유’처럼 아주 쉬운 영어 노래를 했을 때에도 축하하고 격려해야 한다. 작은 성공을 이뤘다면 수준을 높여주거나 아이가 어려워하는 다른 영역에 도전하게 해 성공에 대한 욕망을 키워줘야 한다. 성공에 대한 욕망이 아이의 목표가 된다.

신씨가 15년간 관찰한 한국 엄마 대부분은 발음 문제 때문에 아이에게 영어책 읽어주기를 꺼렸다. 그래서 ‘아임리딩’ 시리즈를 읽어 줄 CD는 발랄한 낮 시간대 용과 함께 차분한 분위기의 밤 시간대 용을 함께 제작했다. 지식과 감정이 더해졌을 때 기억이 오래 지속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평생 가도 잊히지 않는 기억인 ‘추억’은 감정선이 살아있는 기억이라는 것. 그러니 엄마가 읽어주는 게 좋다.

동영상과 CD 등 다양한 교구를 활용할 수 있지만, 책은 아이의 오감을 발달시키는 데 최적의 교구다. ‘문제풀이’가 아니라 ‘문제해결’에 능한 아이가 되기 바란다면 책을 읽히는 게 좋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책 읽기를 강조하는 한국의 학습 풍토에 비해 실제로 한국 교육과정에서 책 읽은 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학교 1학년 중간고사 성적이 고 3때까지 가는 거래”라고 말하며 답답해 하던 다인이는 2년 전 스스로 수소문한 끝에 인도 국제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며칠 전 다인이는 “엄마 말대로 책을 읽을 걸 그랬어”라는 메일을 보내왔다. 수학도 에세이 쓰기로 시험 보는 그곳에서 책을 읽지 않으면 지식의 부족함을 절실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다인이가 그 학교에서 리듬에 맞춰 몸으로 표현하라는 음악 수업 과제로 탭댄스를 췄더니 박수갈채를 받았다고 해요. 여기서는 공부에 방해된다고 그렇게 눈총받던 탭댄스인데…. 우리나라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이의 강점에 주목하는 학교와 교육 말이에요.”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2013-05-2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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