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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클러 없고 밀폐… 22분 만에 7명 참사

스프링클러 없고 밀폐… 22분 만에 7명 참사

한찬규 기자
입력 2022-06-09 22:28
업데이트 2022-06-10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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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법조타운 빌딩 화재

계단 멀고 밀폐된 변호사 사무실
스프링클러 없어 연기 급속 확산
“용의자, 소송 상대에 불만 탓 범행
해당 변호사는 출장 탓 참사 면해”

사촌 형제간 변호사·사무장 비극
신혼 여직원 사망도 안타까움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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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10시 55분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7층짜리 건물 2층에서 방화로 인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 방화범이 흰색 천으로 인화성 물질을 가린 채 최초 발화지점인 2층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독자 제공
9일 오전 10시 55분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7층짜리 건물 2층에서 방화로 인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 방화범이 흰색 천으로 인화성 물질을 가린 채 최초 발화지점인 2층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독자 제공
밀폐된 변호사 사무실 구조와 스프링클러 미설치가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법조타운 율촌빌딩 203호에 불이 난 것은 9일 오전 10시 55분. 불이 나자 소방차량 50대와 160여명의 진화대원·구조대원이 출동, 22분 만인 11시 17분에 진화작업을 마쳤다. 하지만 사망 7명, 부상 50명 등 5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대낮 짧은 화재 시간에 비해 너무 큰 인명피해였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폭발과 함께 짙은 연기가 치솟으면서 피해자들이 속수무책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폐쇄적인 사무실 구조가 대피를 어렵게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불이 난 사무실은 범어동 법조타운의 다른 사무실과 마찬가지로 밀폐된 구조였다. 게다가 화마에 휩싸인 사무실은 비상구 계단과 가장 먼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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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10시 55분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7층짜리 건물 2층에서 방화로 인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이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다. 대구 뉴스1
9일 오전 10시 55분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7층짜리 건물 2층에서 방화로 인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이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다.
대구 뉴스1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해당 건물은 지하 2층, 지상 5층이지만 지하를 제외하고 지상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또 건물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각각 1개씩이었는데 비좁았다. 사무실과 사무실을 연결하는 복도 역시 창문이 없는 폐쇄 구조여서 2층부터 차오른 연기가 순식간에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연기 흡입 부상자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층 변호사 사무실의 한 직원은 “쾅 하는 폭발음이 들렸고 복도에 검은 연기가 가득 차 밖으로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갔다”며 “창문을 깨고 겨우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또 “3층에서도 창문을 깨서 유리 조각이 아래로 마구 떨어졌다. 창문을 깨고 나와 간신히 소방대원이 주는 사다리를 타고 탈출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빈소를 방문한 이석화 대구변호사협회장은 사건이 발생한 동일 건물 4층에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어 생생하게 사건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는 “비명이 났고, 평상시처럼 악성 의뢰인으로 생각했으나, 문을 열어 보니 도저히 못 나갈 정도로 연기가 심각하게 꽉 차 있었다”며 “30분간 구조를 기다렸다”고 전했다.

건물 뒤편으로 난 비상계단에 매달려 도움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거나 옥상으로 피신하기 위해 아찔하게 외벽을 타고 오르는 모습도 목격됐다. 한 변호사는 “20분 정도 공포의 시간이 지난 뒤 소방관들이 건넨 방독면을 쓰고 나서야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50대 용의자에 대해 “민사재판에서 용의자가 203호실 변호사에게 졌다”며 “그 뒤로 사무실에 항의 전화를 몇 번 했다고 같은 사무실을 쓰는 변호사 사무장에게 전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변호사는 다른 재판으로 출장을 나가면서 참사를 피했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방화 용의자가 사무실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불을 질렀을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

한편 병원으로 달려온 유족들은 갑작스러운 비보에 통곡을 했다. 사건이 발생한 사무실에 근무하는 30대 여직원은 이제 갓 결혼한 신혼인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한 사무실에서 숨진 변호사 A씨와 사무장 B씨는 사촌 형제였다.
대구 한찬규 기자
2022-06-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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