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하늘로 간 80대 노부부…‘뇌병변’ 앓는 아내 14년간 혼자 돌봐

추석날 하늘로 간 80대 노부부…‘뇌병변’ 앓는 아내 14년간 혼자 돌봐

이슬기 기자
입력 2016-09-17 11:00
업데이트 2016-09-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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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날 80대 노부부 숨진 채 발견. 서울신문 DB
추석날 80대 노부부 숨진 채 발견. 서울신문 DB
추석을 맞은 80대 노부부가 끝내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추석인 지난 15일 오전 11시 40분쯤 경기도 연천군의 한 시골 마을에서 A(83)씨와 부인 B(80)씨가 집에 연탄을 피워놓고 침대에 나란히 누워 숨진 채 발견됐다.

A씨 부부는 지난 14일 밤부터 15일 새벽 사이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 A씨 부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유족에게 시신을 인계하고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02년 뇌출혈로 쓰러진 뒤 뇌병변 장애를 앓는 아내를 14년간 혼자 돌봐왔다.

유서는 없었고 집 우편함에는 ‘신문을 넣지 말라’는 메모만 있었다.

A씨 부부는 추석 당일 전화를 받지 않자 걱정이 돼 집을 찾은 딸 부부에 의해 발견됐다.

A씨 부부는 1남 2녀의 자녀를 뒀다. 그러나 B씨가 앓아누운 뒤로는 자녀들이 자주 찾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북한이 고향이라 추석을 맞아 집을 찾을 만한 다른 친척도 거의 없었다.

사건 당일 딸이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방문한 것 외에 다른 방문자도 없었다.

집에는 추석 음식 등 명절을 준비한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경찰은 추석을 맞아 외로움을 견디지 못한 노부부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외로움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며 “특별히 가정불화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다 병든 아내까지 혼자 돌보다 보니 추석이 더욱 쓸쓸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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