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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이 ‘더 좋은 쥐덫’ 잘못 인용했는데 멀쩡한 글 지운 LG CNS

朴대통령이 ‘더 좋은 쥐덫’ 잘못 인용했는데 멀쩡한 글 지운 LG CNS

오세진 기자
입력 2016-07-07 23:42
업데이트 2016-07-07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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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언급한 ‘더 좋은 쥐덫’은 기업 실패 사례···靑 “기존 제품 틀 깨자는 취지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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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잘못된 ‘더 좋은 쥐덫’ 용어 인용으로 LG CNS글 삭제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된 ‘더 좋은 쥐덫’ 용어 인용으로 LG CNS글 삭제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 참석해 경제 위기 극복 방안으로 ‘더 좋은 쥐덫론’을 제시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인용한 쥐덫은 경영학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더 좋은 쥐덫’을 내용으로 다룬 블로그 글을 LG CNS가 급하게 삭제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진은 LG CNS가 자진 삭제한, 지난해 3월 19일 게시됐던 글이다. LG CNS 홈페이지 캡처


박근혜 대통령의 공개 석상에서의 ‘말실수’로 대기업 LG CNS가 자사 홍보 블로그의 글을 급하게 삭제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글을 잘못 인용했을 뿐 글 내용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박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 참석해 경제 위기 극복 방안으로 ‘더 좋은 쥐덫론’을 제시했다.

그는 “여기서의 쥐덫은 지금으로 말하면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울워스라는 쥐덫 회사는 한 번 걸린 쥐는 절대로 놓치지 않고, 예쁜 모양의 위생적 플라스틱 쥐덫으로 만들어서 발전시켰다”면서 “이런 정신은 우리에게 생각하게 하는 바가 많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모범 사례’로 꼽은 울워스의 쥐덫은 정작 시장의 외면을 받은 ‘실패 사례’에 해당한다. 지난해 3월 19일 LG CNS 자사 홍보 블로그에 올라온 ‘더 나은 쥐덫의 오류’라는 글(블로그 글)을 보면, 울워스는 연구 끝에 종전의 쥐덫보다 성능, 디자인, 위생 측면에서 더 뛰어난 쥐덫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잘 팔렸다. 하지만 금세 매출액이 떨어지고 결국은 실패했다.

울워스 쥐덫이 실패한 이유에 대해 블로그 글은 “예전 고객들은 쥐가 잡혀 있는 쥐덫을 처리하기 힘들어 쥐와 함께 쥐덫을 버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새로운 쥐덫은 그냥 버리기에는 아깝고, 그렇다고 다시 사용하기에는 그 과정이 징그럽고 불쾌했다”면서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한 번 쓰고 버리는 구식 쥐덫으로의 회귀를 선택했다”고 적혀 있었다.

결국 박 대통령이 공개 회의에서 인용한 울워스의 쥐덫은 도전 정신을 발휘해 성공한 사례가 아니라, 제품의 성능과 품질만 좋으면 고객들이 그 가치를 인정하고 살 것이라는 인식의 ‘오류’를 보여주는 말이다. 경영학에서 실패 사례로 언급되는 ‘더 나은 쥐덫의 오류’를 제대로 알지 못한 박 대통령이 공개 발언에서 오류를 범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런 말실수가 빚어진 후로 LG CNS가 ‘더 나은 쥐덫의 오류’를 다룬 블로그 글을 이날 오후 급하게 지운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더 나은 쥐덫의 오류’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담겨 있던 블로그 글이 삭제되면서, ‘사물인터넷은 혁신 시장을 만들 것인가’를 주제로 3편으로 나눠서 연재된 글은 현재 ‘더 나은 쥐덫의 오류’가 소개된 2번째 블로그 글이 빠진 채 1·3편만 블로그에 공개돼 있다.

LG CNS 홍보실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 블로그를 기자들이 화면 캡처해서 인용하려는 것 같다는 연락을 (아는 기자에게) 받고 가십성 기사에 등장하는 게 마음이 불편해서 별다른 의미 없이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내용에 문제가 없는 글을 대통령 발언 뒤 지운 것이 적절하냐는 질문에는 “과민반응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정치권 기사에 등장하는 게 좀 그렇다”면서 “아무런 뜻이 없었다는 걸 감안해달라”고 답했다.

‘더 좋은 쥐덫’을 잘못 인용한 박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청와대가 수습에 섰다. 청와대는 “‘더 좋은 쥐덫’의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부연 설명을 한 것으로 기존 제품의 틀을 깬 개발정신을 생각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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