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겼다던 아이 위에서 음식물…“때리고 숨 못쉬게 해” 자백
게임에 빠져 생후 28개월 된 아들을 방치한 끝에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된 정모(22)씨가 두 손으로 직접 아들을 살해한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당초 정씨는 아들을 장기간 홀로 내버려 둬 굶어 죽게 했다고 진술했다. 정씨의 범행은 부검 결과 숨진 아이의 위에서 미역, 김, 채소 등 음식물이 남아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경찰의 추궁으로 밝혀졌다.15일 대구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3월 7일 게임하러 나가야 하는데 아이가 잠을 자지 않아 명치 부위를 손으로 3차례 가격하고 코와 입을 막아 숨지게 했다”고 자백했다.
그는 아내와 별거를 시작한 2월 24일부터 사흘 정도 PC방에서 게임을 한 뒤 28일 오전에 집으로 돌아와 이틀 정도 아이를 돌봤다. 이후 다시 집을 나가 게임을 하고 일주일 만에 집에 들러 아이에게 음식을 먹였다. 그는 아들이 숨진 사실을 확인한 뒤 시신을 집 안에 한 달 넘게 내버려뒀으며 PC방과 찜질방, 여관 등을 전전하는 생활을 계속했다. 지난달 31일 귀가해서는 악취가 난다는 이유로 시신을 담요에 싸서 베란다에 내놓기도 했다. 이어 지난 11일 부동산소개소에 자신이 살던 전세집을 내놨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고 범행이 탄로날까 봐 시신을 쓰레기봉투에 담고 이를 비닐 가방에 넣어 집에서 1.5㎞ 떨어진 경북 구미 인동 소재 빌라 앞 쓰레기장에 버렸다.
부검은 지난 14일 경북대병원에서 실시됐으나 사인 등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위 내용물 등에 대한 성분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상태다. 경찰은 정씨에 대해 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2014-04-16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