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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에서 ‘귀하신 몸’…함평 황금박쥐상, 새 보금자리 안착

애물단지에서 ‘귀하신 몸’…함평 황금박쥐상, 새 보금자리 안착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4-03-27 16:54
업데이트 2024-03-2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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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군 황금박쥐 생태전시관의 황금박쥐 조형물 모습.  함평군 제공
함평군 황금박쥐 생태전시관의 황금박쥐 조형물 모습.
함평군 제공
한때 ‘애물단지’로 손가락질을 받았던 전남 함평군의 황금박쥐상이 금값 급등에 ‘귀하신 몸’이 돼 새 보금자리로 옮겨졌다.

27일 함평군에 따르면 그동안 화양근린공원 내 황금박쥐생태전시관에 있었던 황금박쥐상은 이날 엑스포공원 내 함평문화유물전시관(함평추억공작소)로 옮겨졌다.

이날 전시공간 이전 작업은 매우 조심스럽게 이뤄졌다. 예술작품 전시·설치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 관계자들은 행여나 조그만 손상이라도 갈까봐 조심스럽게 박쥐상을 해체하고 정성을 다해 포장했다. 이 과정만 2시간 넘게 걸렸다.

기존 전시장과 불과 500m 떨어진 곳으로 옮기는 것인데도 작품 훼손을 막기 위해 무진동 특수 차량도 동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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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 조심’ 150억원대 황금박쥐상 이전
‘조심 조심’ 150억원대 황금박쥐상 이전 27일 오후 전남 함평군 함평엑스포공원에서 순금 162㎏을 넣어 만든 ‘황금박쥐상’이 새로운 전시 공간으로 옮겨지고 있다. 금값이 오를 때마다 황금박쥐상의 가치도 덩달아 오르며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24.3.27
연합뉴스
혹시 모를 도난·강탈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청원 경찰과 사설 경비업체 직원이 주변을 지켰다.

본체 무게만 640㎏이 넘어 박쥐상을 옮기고 다시 설치하기 위해 기중기와 지게차도 필요했다.

황금박쥐상은 세계적 희귀종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 위기 포유동물 1호로 천연기념물 제452호인 황금박쥐(학명 붉은박쥐)가 1999년 함평 일대에서 발견된 것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당시 황금박쥐는 한반도에서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황금박쥐의 함평 서식은 놀라운 발견이었다.

이석형 당시 함평군수는 황금박쥐를 관광상품화 하고자 순금 황금박쥐상을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2008년 예산 30억 4000여만원을 투입, 순금 162㎏ 등을 사용해 황금박쥐상이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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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 황금박쥐상 새 보금자리로
함평 황금박쥐상 새 보금자리로 27일 오후 전남 함평군 함평엑스포공원에서 순금 162㎏을 넣어 만든 ‘황금박쥐상’이 새로운 전시 공간으로 옮겨지고 있다. 금값이 오를 때마다 황금박쥐상의 가치도 덩달아 오르며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24.3.27
연합뉴스
작품은 거북 형상의 기단 위에 가로 1.5m, 높이 2.18m로 순은으로 제작한 원형 안에 4마리의 순금 황금박쥐가 서로 교차하고 있으며 중앙 상단에 대형 황금박쥐 1마리가 날개를 펼치는 형상으로 제작됐다.

원형 안 4마리 순금 황금박쥐는 과거와 미래를 교차하면서 지혜가 담긴 서류를 전달하고,상단 중앙의 대형 황금박쥐가 쥐고 있는 번개와 벼 이삭은 전파를 통한 만물의 교감과 풍요를 상징한다.

그러나 10년 가까이 지난 2017년에도 황금박쥐상을 놓고 ‘애물단지’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2010년 약 한달간 신세계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에 4900만원의 임대료를 받고 임대한 것 외에 수익 사업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작품 보험료로만 해마다 2000만원을 지출하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렇게 한동안 황금박쥐상은 전형적인 예산 낭비 사례라는 손가락질을 받는 신세였다.

그러나 2019년쯤부터 금값이 급등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재료로 매입한 순금 시세는 27억원(2005년)이었지만 2019년 3월에는 약 85억원에 달했다. 황금박쥐상의 가치는 지난해 137억원으로 훌쩍 뛰더니 올해 현재는 1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함평군으로서는 황금박쥐상 제작이 성공적인 ‘금테크’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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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박쥐상과 기념사진 한장
황금박쥐상과 기념사진 한장 27일 오후 전남 함평군 함평엑스포공원에서 순금 162㎏을 넣어 만든 ‘황금박쥐상’이 새로운 전시 공간으로 옮겨지기 전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금값이 오를 때마다 황금박쥐상의 가치도 덩달아 오르며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24.3.27
연합뉴스
금값이 오르고 황금박쥐상이 주목을 받자 도난 시도도 있었다. 2019년 3월 3인조 절도범이 황금박쥐상을 노리고 철제 출입문을 절단했다가 경보음에 놀라 달아났다.

황금박쥐상은 보안을 이유로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평소에는 함평엑스포공원 인근 황금박쥐 생태전시관에 보관하면서 일부 행사에만 한시적으로 공개해왔다. 특히 함평 나비축제 때 ‘킬러 콘텐츠’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지난해 축제 때에는 1만 5000여명의 관람객을 모았다.

새 전시장은 접근성을 고려해 방문객이 많은 함평엑스포공원 내 문화유물전시관 1층에 87㎡ 규모로 새로 만들었다. 이날 새 보금자리를 기념하듯 조그마한 어린 박쥐 한 마리가 전시장 안으로 날아들어 바위 모양으로 된 벽면 틈새에서 휴식을 취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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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 조심’ 황금박쥐 전시관 이전
‘조심 조심’ 황금박쥐 전시관 이전 27일 오후 전남 함평군 함평엑스포공원에서 황금박쥐 전시품이 옮겨지고 있다. 금값이 오를 때마다 황금박쥐상의 가치도 덩달아 오르며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24.3.27
연합뉴스
함평군은 새 전시관 준비가 완료되는 대로 언제든 관람객이 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상설 전시하기로 했다. 대신 보안 셔터와 방탄유리 등 4중 도난 방지 장치를 설치하고 24시간 보안 업체 감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함평군 관계자는 “새 전시관이 마련된 만큼 보다 많은 방문객이 언제나 황금박쥐상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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