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자·독재자 역겨운 삶 살았다… 전씨, 대한민국의 부끄러움”

“학살자·독재자 역겨운 삶 살았다… 전씨, 대한민국의 부끄러움”

최종필 기자
입력 2021-11-23 20:38
수정 2021-11-24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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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5월 단체·시민들 반응

“법적·역사적 책임 묻지 못해 원통한 마음
진실 밝힐 기회 있었는데 변명으로 일관
진상규명 위한 엄정한 조사는 계속돼야”

광주선 “처벌 없이 그냥 떠나 분노 치민다”
경남 합천 고향마을도 추모 분위기 없어

끝내 풀리지 못한 恨
끝내 풀리지 못한 恨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한 23일 5·18기념재단 등 광주 5월 단체들이 기념재단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학살 책임을 명명백백히 밝혀 역사 정의를 바로 세워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전씨 등 쿠데타 세력에게 희생된 5·18 민주화운동 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광주 운정동 국립5·18 민주묘지 모습.
광주 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갑자기 사망하자 광주 5·18 단체들과 시민들은 “법적·역사적 책임을 묻지 못했다”며 원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5·18 기념재단과 5월 3개 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전씨가 죽었으나 5·18의 진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전씨는 반성과 사죄는커녕 5·18 영령들을 모독하고 폄훼하는 역겨운 삶을 살았다”고 비판했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송선태 위원장은 “지난 41년간 피해자와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고 사죄할 기회가 있었으나 변명과 부인으로 일관해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고통을 가중시켜 왔다”며 “전씨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법률이 부여한 권한과 책임에 따라 진상규명을 위한 엄정한 조사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지역 24개 시민사회단체로 결성된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시민들을 학살하고, 반대자들을 감옥에 가뒀던 독재자가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편안히 잠들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의 불행이고 부끄러움”이라면서 “학살자 전두환의 국가장과 국립묘지 안장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망한 지 28일 만에 전씨가 갑자기 사망하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씨의 연희동 자택 인근에서 만난 정모(28)씨는 “전씨 사망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면서 “무고한 시민들을 사살하고 생전에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아 좋게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29)씨는 “진상 규명은 계속돼야 한다”며 “죽음을 계기로 전씨가 미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 시민들의 표정은 아쉬움과 분노로 가득했다. 박모(52)씨는 “역사의 죄인이 아무런 처벌 없이 90년을 살다가 간 사실에 분노가 치민다”면서 “학살의 책임자를 밝혀내는 일이 영영 물거품이 될 것 같아 두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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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 고향인 경남 합천군 율곡면 내천리 내천마을은 조용한 모습이었다. 내천마을은 전씨가 태어나 대구로 이사 갈 때까지 살았던 곳으로 현재 79가구에 14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이희재(61) 내천마을 이장은 “고향마을에서 별도로 준비하는 것은 없으며 주민들도 특별한 의견이나 관심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합천군도 추모 여부 등을 논의하고 있으나 지역에서도 전씨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등 민감한 탓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천마을 한 주민은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이었다면 고향마을 주민들이 나서서 추모식을 열 수도 있겠지만, 전국적으로 부정적인 평가가 많은 데다가 고향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추모할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2021-11-2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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