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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시민…여기 있다, 당신 곁에” 남겨진 ‘변희수’들은 생존을 외쳤다

“우리도 시민…여기 있다, 당신 곁에” 남겨진 ‘변희수’들은 생존을 외쳤다

오세진 기자
입력 2021-11-21 18:04
업데이트 2021-11-22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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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80여명 모여
생을 마감한 이들 향해 30초간 묵념
“차별금지법 통과 미뤄져 분하고 억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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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을 맞아 서울 용산구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생을 마감한 트랜스젠더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30초간 묵념의 시간을 갖고 있다.
지난 20일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을 맞아 서울 용산구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생을 마감한 트랜스젠더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30초간 묵념의 시간을 갖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4시 30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평화의소녀상 앞. 트랜스젠더(신체적으로 드러나는 성별과 본인이 인식하는 성별이 다르다고 느끼는 사람)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분홍색, 흰색, 분홍색, 파란색(위에서부터 아래로)의 가로 줄무늬가 있는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매듭을 맨 사람 80여명이 모였다. 그중에는 성소수자 모두를 상징하는 무지개 무늬 깃발을 든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트랜스젠더, 여기 있다! 당신 곁에, 여기 있다!”, “트랜스젠더도 시민이다! 인권을 보호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차별과 혐오로 생을 마감한 트랜스젠더를 추모하기 위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집회가 이날 이태원에서 열렸다. 집회를 주최한 트랜스해방전선 등 인권단체들은 “차별금지법을 지금 당장 제정하고 (이분법적) 성별 표기를 끝까지 남긴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모두 난수화하라”고 요구했다. 또 “트랜스젠더의 법적 성별정정 요건으로 외부 성기 수술을 강요하지 않도록 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성별이나 장애, 병력, 나이, 성적지향, 출신국가 등을 이유로 고용, 교육, 보건의료 등의 생활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차별금지법안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3년 동안 모두 7차례 발의됐지만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되거나 발의가 철회됐다. 지난 6월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회국민청원이 10만명의 동의를 얻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024년 5월까지 심사를 미룬 상태다.

특히 올해는 군의 부당한 전역 처분에 맞섰던 변희수 육군 하사,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 앞장섰던 활동가 김기홍씨 등이 스스로 생을 마감해 충격을 줬다. 추모 현장에 설치된 포스트잇 부착판에는 ‘함께 잘 살자’는 의미의 문구가 많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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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이 추모 집회 현장 한켠에 설치된 포스트잇 부착판에 남긴 메시지들.
참가자들이 추모 집회 현장 한켠에 설치된 포스트잇 부착판에 남긴 메시지들.
‘트랜스젠더, 잘 살고 있나요?’라는 글자가 적힌 펼침막을 배경으로 진행된 이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30초 동안 묵념의 시간을 갖고 고인이 된 트랜스젠더들을 추모했다. 자신을 별칭 ‘게리’로 소개한 트랜스여성(26)은 “똑같은 사람인데 왜 우리는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동등한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이렇게까지 성소수자가 차별을 받고 혐오의 대상이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더이상 성소수자가 다치지 않고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평화의소녀상에서 640m 떨어진 이태원119안전센터까지 행진하며 ‘내 성별은 64’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64는 트랜스젠더를 ‘F64’라는 코드를 가진 정신장애로 분류했던 일을 가리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장애에서 제외했다.

글 사진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21-11-2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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