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설치·수리 노동자들의 수난
에어컨 실외기 작업할 땐 추락 위험
100㎏ 세탁기·10㎏ 공구 나르다 부상
고객에게 폭언·흉기 위협 당하기도
“사업주 책임 규정·산안법 보호해야”
가전 방문 노동자들은 작업차량 없이 옥외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를 점검할 때면 ‘지지대가 무너져 추락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을 느낀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제공
전국금속노동조합 제공
2일 서울 중구 전국금속노동조합 회의실에서 열린 ‘방문 노동자 안전실태 증언대회’에서 김문석 삼성전자서비스 서울지회 양천센터 분회장은 “안전을 위해 대형 가전 수리는 2인 1조로 작업해야 하지만 작업량에 비해 인력이 부족하다”면서 “100㎏이 넘는 드럼세탁기를 혼자 밀다 허리를 다치거나, 리프트를 이용해 세탁기 위에 설치된 건조기를 내리다가 노동자가 깔리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약 5층 높이 저층 아파트에서는 작업차량 없이 에어컨 실외기를 점검해 추락 위험도 있다.
가전 방문 노동자들은 비좁은 공간 틈새로 손을 넣어 가전을 수리하다가 다치기 일쑤다. 김진희 엘지케어솔루션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쪼그려 앉아서 공기청정기나 냉장고를 세척하면 관절에 부담이 크다”면서 “특히 많게는 수백번 허리를 굽혔다 펴야 하는 수전형 정수기는 점검을 거부하고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집단산재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거운 장비도 업무 강도를 가중시킨다. 설정석 엘지전자지회 사무장은 “10㎏이 넘는 공구나 부품 등을 들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을 올라가야 할 때도 많다”며 “에어컨 실외기의 경우 필요한 안전장비가 더 많아 업무 강도가 더 높다”고 했다.
엘지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은 무게가 10㎏에 달하는 장비를 들고 고객의 집으로 간다. 특수고용 노동자인 이들은 차량유지비 없이 개인 차량을 타고, 주차가 어려운 골목길은 걸어서 이동한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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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은 “산업안전보건법에는 방문 서비스 노동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거의 없다”면서 “사업주가 안전·보건 조치를 할 책임을 포괄적으로 정하고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되는 가전 렌털 분야 노동자들도 산업안전보건법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2021-11-03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