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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신고했더니… “사회성 없어” 투명인간 취급

성추행 신고했더니… “사회성 없어” 투명인간 취급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1-06-13 18:04
업데이트 2021-06-14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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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력 부족”… 팀장이 동료 앞에서 면박
업무 배제 등 피해자 향한 직장갑질 여전

여직원 A씨는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사내에 신고한 뒤 업무에서 배제됐다. 어느날 A씨가 퇴근 시간 이후에도 회사에 남아 있자 팀장은 “일도 없는데 남아서 뭘 하는 거냐?”고 캐물었다. 며칠 뒤 사무실 곳곳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됐다. 팀장은 후배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A씨에게 “사회성이 없다”, “업무능력이 부족하다”며 질책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당한 제보자 상당수가 문제제기를 한 뒤 업무에서 배제되고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고 밝혔다. 올해 1~5월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이메일 제보 1014건 가운데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 등 직장 내 성범죄 제보는 79건으로 전체 제보의 7.8%에 달했다. 지난 3년 동안의 성범죄 제보 비중(4.8%)보다 1.6배 늘어난 것이라고 이 단체는 설명했다. 일터에서 성희롱, 성추행을 당해도 신고하기 쉽지 않은 주된 이유는 집단 따돌림 등 피해자에게 조직적으로 가해지는 보복이었다. 회사가 처음에는 성폭력 가해자를 대기발령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다가도 가해자의 공백으로 업무 부담을 이유로 피해자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거나 주요 업무에서 배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직장 내 성희롱이 방치되는 업무 환경은 성희롱의 직접적인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러한 업무 환경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위협적”이라면서 “2018~2019년 2년간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신고 건수는 2380건임에 반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건수는 20건밖에 되지 않아 처벌 조항이 사문화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2021-06-1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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