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518m당 1대뿐 ‘한강공원’… 죽어도 맞아도 모르는 ‘깜깜공원’

CCTV, 518m당 1대뿐 ‘한강공원’… 죽어도 맞아도 모르는 ‘깜깜공원’

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입력 2021-05-02 18:14
수정 2021-05-02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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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사망 사건이 드러낸 ‘범죄 사각’

5일 만에 발견된 손씨, 사망 원인은 불명
아버지 “CCTV 드물고 있어도 잘 안 보여”
총길이 84㎞ 한강공원에 고작 136대 설치
서울시 “전기 연결 어렵고 범람 잦아” 난색
전문가들 “우범지대 설치·현장 순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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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던 대학생 손정민씨가 실종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 증거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2일 한강공원 반포나들목에 설치된 CCTV 카메라가 시민들을 촬영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던 대학생 손정민씨가 실종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 증거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2일 한강공원 반포나들목에 설치된 CCTV 카메라가 시민들을 촬영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지난달 25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대학생 손정민(21)씨가 닷새 만인 지난달 30일 시신으로 발견됐다. 유족들은 시신의 머리 뒤쪽에 깊게 베인 상처 두 곳을 발견하고 경찰에 부검을 요청했다. 지난 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부검을 했지만 사망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국과수는 “시신의 부패가 진행돼 육안으로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없다”며 시신에서 채취한 시료의 정밀 분석에 착수했다. 결과는 보름 뒤쯤 나올 예정이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부검과 별개로 친구와 술을 마시다 잠든 손씨가 숨진 경위를 밝히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2일 밝혔다. 하지만 실종 지점에 폐쇄회로(CC)TV가 없어 당시 정황을 확인할 단서를 확보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가족들도 애가 타긴 마찬가지다. 실종된 아들을 찾으려고 인터넷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전단을 돌렸던 손씨의 아버지 손현(49)씨는 지난달 28일 블로그에 “CCTV가 한강에 없는 걸 처음 알았다. 나들목과 다리에만 있더라”며 “CCTV가 너무 없고 있어도 흐릿해서 아들인지 아닌지 파악이 안 된다”고 호소했다.

손씨의 부모는 아들의 행적을 확인하려 반포한강공원 부근에 설치된 CCTV를 샅샅이 뒤졌다. 가족들이 직접 확보한 자료는 실종지점에서 350m 떨어진 반포나들목 자전거대여소 앞에 설치된 CCTV 영상이었다. 그나마도 정민씨의 모습은 찍히지 않았고 정민씨 근처에 있던 남자 3명으로 추정되는 일행이 한남대교 방향으로 다급히 뛰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영상마저도 화질이 떨어지고 피사체와 거리가 멀어 신원을 특정하기 어렵다.
시민들은 안전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한강공원에 방범용 CCTV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을 납득할 수 없다며 서울시에 CCTV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서울 시내를 가로지르는 한강공원은 총길이가 84.4㎞이다. 공원 안에 설치된 CCTV는 136대로 단순 계산하면 518m당 한 대꼴이다. 손씨가 실종된 반포한강공원에는 CCTV가 흑석초 자전거도로 한 곳에 설치돼 있다. 한강사업본부가 관리하는 CCTV는 본부(15대)를 제외하면 모두 429대인데 대부분이 공원으로 진입하는 지하통로인 나들목(122대), 승강기(105대)에 집중돼 있다.

서울시는 한강공원에 전기가 닿지 않는 곳이 많고 범람 시 장비 관리가 어려운 점을 들어 공원 내 CCTV 설치에 난색을 표했다.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강변에는 전기가 들어가지 않아 통신선과 전기선 공사를 별도로 해야 설치할 수 있어 설치에만 1대당 1000만원이 든다”면서 “장마에 한강물이 불어 넘치면 잠기기 쉽고 쓰레기, 돌 등 부유물 부딪침 사고도 잦아 관리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동인구가 많은 한강공원 내 범죄 예방을 위해 CCTV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CCTV는 시각적 증거로서 현장 내 동선을 추적하는 중요 자료지만 그간 사생활 노출을 우려한 목소리에 설치가 어려웠다”면서 “이번 한강공원 실종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CCTV 설치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한강공원 내 가장 우범지대가 어디인지 파악해 CCTV를 설치하고, 경찰 등 현장관리 요원이 취약시간대 순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현씨는 “제2, 제3의 정민이가 나오지 않도록 한강공원 안전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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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2021-05-0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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