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 ‘어공’에 구상권 청구할 수 있을까…임대 청사 훼손한 대전시

먹튀 ‘어공’에 구상권 청구할 수 있을까…임대 청사 훼손한 대전시

이천열 기자
이천열 기자
입력 2021-04-24 11:00
수정 2021-04-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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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불법 행정 행위로 국고에 손해를 끼쳤다면 배상을 받아낼 수 있을까”

옛 충남도청 향나무 등을 무단 훼손한 대전시가 원상복구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예산을 투입하면서 담당 공무원과 어공에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전시 감사위원회는 24일 옛 도청 건물 훼손 및 향나무 폐기 사건과 관련 인사위원회에 회부할 공무원과 징계 수위 등을 다음주 중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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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가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 건물에 소통공간을 조성하면서 울타리 향나무 등을 무단 훼손해 비난을 사고 있다. 충남도 제공
대전시가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청 건물에 소통공간을 조성하면서 울타리 향나무 등을 무단 훼손해 비난을 사고 있다. 충남도 제공
이는 시가 ‘지역거점별 소통협력 공간’을 조성한다며 지난해 6월부터 중구 선화동 옛 충남도 청사를 둘러싸고 있는 향나무 등을 훼손한 사건이다. 향나무 울타리 남쪽 103m에 심어진 128 그루를 베어내고 44 그루를 다른 곳으로 이식하는 등 모두 172 그루를 훼손했다. 철쭉 150 그루, 회양목 11 그루, 사철나무 35 그루 등도 잘랐고, 우체국 등 건물 일부를 철거하거나 부쉈다.

이 과정에서 시는 도의회와 부속건물을 증·개축하면서 소유주인 충남도와 충분한 협의를 하지 않았고, 무기고와 우체국 등 부속건물 리모델링 작업을 하면서 관할 구청에 신고도 하지 않았다. 서철모 대전시 행정부시장은 지난달 18일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건물 공사 뿐 아니라 향나무를 비롯한 수목 제거와 담 철거 등에 대해서도 충남도의 승인 없이 무단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하고 얼마 지나 대전시 담당 국장 등은 다른 데로 자리를 옮겼고, 2년 전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된 시민단체 출신 담당 과장 A씨는 “행정마인드가 부족했다”고 사의를 밝히고 떠났다. 특히 ‘어공’ A씨는 소통협력 공간을 설계하면서 도의회 건물 일부에 자신이 있던 시민단체를 입주시킬 사무실을 끼워 넣어 특혜 의혹을 불렀다. 서 부시장도 “특혜 소지가 있다”고 시인했다.

대전시는 정확한 복구비용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이번에 잘못된 행정 행위로 발생한 예산 피해는 상당한 거액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향나무만 수령 80년에서 100년이 넘는 것이 적잖아 한 그루만도 매우 고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감사 결과에 따른 징계는 현직 공무원에 그친다는 점이다. 공직을 떠난 A씨에게 물을 행정적 처벌은 아무 것도 없다. 게다가 구상권 청구 등 금전적 배상을 받아내려면 행위에서 ‘불법’ ‘고의성’ ‘중대과실’ 등이 명확히 증명돼야 한다. 이 때문에 현직 공무원도 자기 탓으로 발생한 예산 피해를 물어내는 일은 드물다.

국민의힘 대전시당이 민주당 소속 대전시장과 관련 국장, A씨 등 3명을 공용물건 손상과 직무유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형사 처벌도 불투명한 상태다.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이런 성격의 사건을 수사할 수 없어 경찰로 이관됐고, 아직 고발인 조사 등에 그친 채 지지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구상권 청구도 쉽지 않지만 형사적 처분도 어물쩍 넘어가 끝날 것”이라면서 “행정을 모르는 ‘어공’이 중앙·지방정부 자리를 마구 차지하고 들어와 손해를 끼친 뒤 먹튀해도 엄중히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법과 제도부터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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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중구 선화동에 있는 옛 충남도청. 대전시는 소통공간을 만든다는 이유로 왼쪽 울타리 향나무들을 무단 훼손했다. 충남도 제공
대전시 중구 선화동에 있는 옛 충남도청. 대전시는 소통공간을 만든다는 이유로 왼쪽 울타리 향나무들을 무단 훼손했다. 충남도 제공
충남도는 오는 7월 문화체육관광부에 옛 충남도 청사·부지 등을 매각해 소유권을 넘기기 전에 원상복구할 것을 대전시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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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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