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희롱’ 못박은 인권위 ‘박원순 사람들’ 못 잡은 아쉬움

‘박원순 성희롱’ 못박은 인권위 ‘박원순 사람들’ 못 잡은 아쉬움

최영권 기자
입력 2021-01-26 21:52
수정 2021-01-27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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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조사가 남긴 의의와 한계

권력 성범죄·2차 피해 인정했지만
측근 묵인 못 밝히고 징계 권고 빠져
“제도개선 권고 뿐 실효성 없다” 비판
경찰 ‘피소 유출’ 고발인 조사 예정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연합뉴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5일 발표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희롱 등 직권조사 결과는 사건을 공론화한 뒤 무차별적인 2차 가해로 고통받던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객관적 사실로 공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하지만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실패한 ‘박원순 사람들’에 대한 징계 권고가 빠져 아쉬움을 남겼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의 성폭력을 ‘권력 관계에서 벌어진 성범죄’로 규정했다. 박 전 시장이 사망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는 만큼 사실 관계를 엄격하게 따졌음에도 성희롱으로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봤다.

하지만 서울시 전·현직 관계자들이 박 전 시장 성희롱을 묵인·방조한 정황과 피소사실이 청와대와 박 전 시장에게 사전에 유출된 경위를 밝혀내지 못했다. 수사권 없는 조사 기관으로서 제약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피해자가 받은 2차 피해는 인정하면서 관계자 징계를 권고하지 않은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피해자 지원 단체는 입장문에서 “전반적으로 인권위의 제도 개선 권고는 화두를 던지는 편에 가까웠다”며 “예컨대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한 성폭력 해결 방안으로 제시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자율규제’는 실효성 있는 권고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26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김주명·오성규 전 비서실장, 민경국 전 인사기획비서관, 신승목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 대표, 김민웅 경희대 교수 등의 2차 가해를 막는데 꼭 필요한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라면서도 “책임자에 대한 징계 권고 내용이 전무하고 ‘서울특별시 성희롱 예방지침’을 전·현직 책임자들이 위반했는지 여부, 박 전 시장의 업무용 휴대전화를 유가족에게 인계한 사건 등에 대한 판단이 빠졌다”고 평가했다.

경찰은 박 전 시장에게 피소 정황을 유출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영순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두 사람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바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7일 고발인을 불러 조사한 뒤 피고발인인 남 의원 등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날 서정협 시장 권한대행 명의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건의 책임 있는 주체로서 인권위 조사 결과를 반성과 성찰의 자세로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피해 직원과 가족들, 큰 심려와 실망을 안겨 드린 시민 여러분께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인권위로부터 지자체장 위력 성폭력 조사 방식과 성희롱 예방교육 개선을 권고받은 여성가족부도 인권위 시정 권고를 어긴 기관에 대해 여가부 장관이 직접 시정 명령을 하면서 제재를 내릴 수 있도록 법제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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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2021-01-2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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