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안정지원금 단비지만, 150만원으로 두달도 버티기 어렵죠”

“고용안정지원금 단비지만, 150만원으로 두달도 버티기 어렵죠”

이범수 기자
이범수, 손지민, 김주연 기자
입력 2020-06-22 16:31
업데이트 2020-06-2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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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고·프리랜서·자영업자 지원금 오프라인 신청 첫날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특수고용직 종사자,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 무급휴직자에게 1인당 150만원씩 주는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오프라인 신청 접수를 시작한 22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지원금 접수를 하고 있다. 2020. 6. 22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특수고용직 종사자,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 무급휴직자에게 1인당 150만원씩 주는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오프라인 신청 접수를 시작한 22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지원금 접수를 하고 있다. 2020. 6. 22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재난지원금 40만원으로 겨우 버티고 있었는데… 150만원이라도 너무 간절하죠. 코로나19 때문에 일을 못 해요.”

22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서부센터)에서 만난 박희준(61)씨는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지원금(고용안정지원금)’ 안내서를 들고 한숨을 내쉬었다. 미장일을 하고 있는 박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을 나간 날이 30일이 안 된다. 지난달에는 하루도 일을 하지 못 했다. 태어난 해 끝자리가 ‘9’인 박씨는 5부제 때문에 이날 필요 서류만 안내받고 발길을 돌렸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50~100명의 사람들이 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하거나 상담받기 위해 서부센터를 찾았다. 재난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노동자들에게 단비같은 150만원이다. 3월부터 복지센터가 폐쇄되 수입이 0원이 된 프리랜서 강사 이모(60)씨는 “서울시에서 주는 프리랜서 지원금은 강의 시간을 이유로 탈락해서 속이 쓰렸는데 다행”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들이 일시적 고용안정지원금만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다. 퀵서비스 일을 하고 있는 정모(47)씨는 “고용안정지원금을 받으면 보험료 등을 내려고 생각 중”이라면서 “150만원으로는 두 달도 버티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3월 초부터 지금까지 소득이 반토막났다.

관악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만난 퀵서비스 기사 안모(55)씨도 “많으면 하루 10개콜을 뛰었지만 지금은 많아도 5개콜로 줄어 업무용 휴대폰도 3개에서 2개로 줄였다”면서 “구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아내도 음식을 버리기 일쑤인데 부인도 지원금 신청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학원에서 일하는 김모(29)씨는 “3월부터 학원이 문을 닫아 4월까지 소득이 전혀 없었는데 이제야 지원 신청을 할 수 있게 됐다”면서 “지금도 월급의 60% 정도만 받아 막막하다”고 했다. 8년째 식당가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양승일(62)씨는 “매출이 10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훅 떨어졌고 언제 회복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하기 위한 서류 준비도 높은 벽이다. 그나마 영세자영업자는 카드사 등을 통해 매출을 확인할 수 있고, 무급휴직자는 고용보험에 가입해 증빙 서류를 떼기 수월하다. 그러나 특수고용노동자와 프리랜서는 사업장을 옮겨다니는 경우가 많고 사업장이 고용안정지원금 신청에 비협조적으로 나오기도 한다. 프리랜서로 근무 중인 A(56)씨는 “회사에서 확인서를 떼주지 않겠다고 했다”면서 “회사 확인 없이 증빙 서류를 낼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듣고 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복지센터를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온라인 신청에 어려움을 겪은 중년층이나 노년층이었다. 서울 중구의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자영업자 오모(70)씨는 “온라인으로 몇차례 지원금 신청을 시도했는데 관련 서류를 증빙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절차가 복잡해 계속 실패했다. 신경질이 나서 직접 신청하러 왔다”고 말했다. 이날 접수 창구 근처에서 한 사람은 서류 미비로 지원금 신청을 거절 당하자 관계자에게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고용안정성이 낮은 특수고용직·프리랜서 등은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크게 받는 취약지대에 있다. 이날 직장갑질119가 공공상생연대기금의 지원을 받아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실직을 경험한 비정규직 비율이 정규직에 비해 6.5배 높았다. 코로나19로 실직을 경험했다고 답한 직장인은 12.9%였는데, 이 중 정규직은 4%에 불과했다. 반면 비정규직은 26.3%가 실직을 경험했다. 실직 경험은 사무직(4.6%)과 비사무직(21.2%), 고임금노동자(2.5%)와 저임금노동자(25.8%), 남성(9.8%)과 여성(17.1%)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소득 감소도 특수고용·프리랜서(67.6%)에서 두드러졌다. 뒤이어 일용직(60.0%), 아르바이트 시간제(51.8%), 임시직(40.8%) 순으로 월 소득 감소를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직장인은 32.6%가 무급휴직 등으로 6개월 전과 비교해 월 소득이 줄었다고 답했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응답자의 90.9%는 ‘정규직 일자리 확대 및 비정규직 보호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원청업체의 사용자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89.6%)는 의견도 공감대를 얻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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