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어려운 사람들 마스크 구매에 써달라” 성금 건넨 지하철 미화원들

“더 어려운 사람들 마스크 구매에 써달라” 성금 건넨 지하철 미화원들

입력 2020-03-12 23:38
수정 2020-03-13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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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시철도공사 80명 150만원 기부

“누군가에게 도움 줄 수 있다니 뿌듯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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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기존 업무에 소독 업무까지 도맡아 하고 있는 지하철 미화원들의 모습. 권미향씨 제공
코로나19 여파로 기존 업무에 소독 업무까지 도맡아 하고 있는 지하철 미화원들의 모습.
권미향씨 제공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실어나르는 지하철이 코로나19 확산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한층 바빠진 사람들이 있다. 지하철 역을 청소하는 미화원들이다. 불특정 다수가 지나간 자리를 쓸고 닦는 이들이야말로 감염 위험을 가장 걱정해야 할 처지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미화원들은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이웃을 돕고 싶다며 선뜻 큰돈을 내놨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도시철도공사 소속 지하철 미화원 80여 명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150만원을 서울시에 기부했다. 200여만 원의 빠듯한 월급에서 매달 5000원을 빼서 차곡차곡 모은 돈이다. 이들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는 취약계층을 위해 써달라는 뜻도 함께 전달했다.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의 청소를 총괄하는 권미향(59)씨는 “미화원을 무시하거나 하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보다 형편이 더 어려운 사람들도 있지 않나”라며 “변변찮은 우리의 정성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국내에 퍼지기 시작한 지난달 중순 이후 지하철 미화원들의 노동 강도가 2배는 세졌다. 청소에 더해 역사 구석구석을 소독하는 일까지 맡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을 괴롭히는 건 아무 데나 뱉어 놓은 가래침이다. 권씨는 “침 방울이 코로나19를 옮길 수 있다는데 아직도 가래침을 바닥에 뱉는 사람이 많다”면서 “작업하기 전에 방진복에 위생 장갑을 꼼꼼히 착용하지만 혹시나 병이 옮았을까 봐 보고 싶은 손자도 만나지 않고 참고 지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미화원들이 이번 기부를 결심한 계기는 또 있었다. 지난 2007년부터 꾸준히 해온 봉사활동을 코로나19 때문에 중단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서다. 권씨는 “어르신들이 지내는 복지시설에 고기를 사 가서 구워 드리고, 소년원에서 출소한 청소년들이 머무는 시설에서 김치를 담그고 캠핑도 같이 가곤 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당분간 못 가게 되어 차선으로 마스크 기부를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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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0-03-1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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