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살아보겠습니다”… ‘살아 있는 가난’ 관심 필요

“계속 살아보겠습니다”… ‘살아 있는 가난’ 관심 필요

기민도 기자
입력 2019-10-17 17:50
수정 2019-10-18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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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사회연대 ‘가난 이야기’ 행사

“탈북 모자·홈리스 죽음 후에 가난 조명
죽기 전 삶의 과정은 더 지난하고 복잡”
청년·여성 노숙인 등 다양한 경험 털어놔
가난 버티던 이들 생 마감 반복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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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빈곤퇴치의 날… “빈곤 문제 해결하라”
세계빈곤퇴치의 날… “빈곤 문제 해결하라” 세계빈곤퇴치의날인 17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주민센터 앞에서 빈민해방실천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빈곤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대형마트인 코스트코는 제게 미지의 세계였어요.”

유엔이 정한 ‘세계빈곤퇴치의날’(10월 17일)을 하루 앞둔 지난 16일 저녁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 극장 무대에 오른 새롬(여·가명)씨는 “학창 시절 내가 살 수 있는 간식은 겨우 (한 박스에 2000~3000원인) 초코파이였는데 친구들이 코스트코에서 머핀을 사서 나눠주면 멋져 보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3년 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서 벗어나 가족들의 부양의무자가 된 20대 청년이다. 새롬씨는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이 오면 엄마가 항상 다른 지원은 더 없는지 선생님께 여쭤 보라고 했다”면서 “학생 때는 수급자인 나와 나머지 전부로 세상이 나뉘어져 있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가족 3명이 100만원으로 한 달 살이를 했지만 이제 혼자서 170만원을 번다”면서 “내년 1월까지 가족과 따로 살 집을 구하지 않으면 가족들의 수급 자격이 박탈된다”고 토로했다.

아사 가능성이 제기됐던 서울 관악구 탈북 모자 사건 등 올해 가난 속에서 버티던 이들이 생을 마감하는 일이 반복되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살아 있는 가난’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날 시민단체인 빈곤사회연대가 가난을 경험한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행사 ‘살아왔습니다’를 개최한 이유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활동가는 “죽음 이후에 가난한 삶이 조명받지만 죽기 전 삶의 과정은 더 지난하고 복잡하다”면서 “삶으로서의 가난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무능과 실패라는 딱지에 가려진 가난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취지다.

이날 경험을 풀어놓은 사람은 새롬씨 같은 청년부터 여성 노숙인, 형제복지원 생존자 등 다양했다. 60대 초반의 여성 노숙인 세화(가명)씨는 “7년 전 추운 겨울 살고 있던 봉천동 12-1번지 셋방이 재개발로 헐렸다”고 말했다. 이어 “불도 없고, 물도 끊기고 비도 새는 캄캄한 그 집에서 혼자 남아 버텼다”면서 “부서진 문을 사슬로 묶어두고 잠을 잤는데, 일어나 보니 문틈으로 똥이 잔뜩 발라져 있었다”면서 노숙에 나서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얼마 전에는 내가 밖에 둔 짐 앞에서 계속 날 기다리며 쫓아오는 남자가 있었다”며 여성 노숙인으로서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가난 때문에 죽은 동료의 삶도 이야기됐다. 홈리스행동 이동현 활동가는 “남대문 쪽방에서 살던 동료가 재개발로 쫓겨난 뒤 새로 구한 중림동 쪽방에서 두 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면서 “동료가 살던 남대문 쪽방 자리에는 28층짜리 빌딩이 세워졌는데 서울시가 낙후된 도시 기능을 회복했다고 발표하더라”며 울먹였다. 분위기는 무거워졌고, 2층까지 가득 채운 50여명의 객석에는 순간 정적이 흘렀다.

이날 행사는 사회자와 관객들의 마지막 외침으로 마무리됐다. 사회자는 “(이렇게 가난하게) 살아왔습니다”고 먼저 외치자 50여명의 관객들이 한목소리로 소리를 냈다. “계속 살아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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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2019-10-1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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