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내 첫 ‘변사·부검 가이드라인’… 사회적 죽음 관리 첫발

[단독] 국내 첫 ‘변사·부검 가이드라인’… 사회적 죽음 관리 첫발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8-11-27 22:14
업데이트 2018-11-27 23:2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투명한 사건 처리 위한 기준 확립 제시

“국가가 책임지고 처리해야 하는 죽음”
범죄·신원불상·화재 등 11가지 사망 규명
이미지 확대
국내 법의학자들이 ‘뜻밖의 사고로 인한 죽음’을 뜻하는 변사와 부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처음으로 내놓았다. 그동안 수사 당국이 변사 사건을 자의적으로 처리한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학계가 명확한 기준에 따라 처리하도록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27일 의학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연건캠퍼스에서 열린 대한법의학회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변사 가이드라인이 통과됐다. 가이드라인에는 변사에 대한 개념 정의와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을 규명해야 할 유형이 열거돼 있다. 2004년 일본법의학회에서 마련한 ‘이상사(異狀死·변사) 가이드라인’을 일부 참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에는 형사소송법을 비롯해 국내 법규 어느 곳에도 변사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 수사 당국도 범죄 의심이 있는 사건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부검을 의뢰하고 있지만, 어떤 사건을 변사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에 법의학자들은 변사를 ‘국민의 건강, 안전, 범죄와 관련해 사망 원인을 밝히고, 국가가 책임지고 처리해야 하는 죽음’으로 정의했다. 이어 범죄와 관련된 사망 외에도 자살, 부패 및 신원불상 시체, 수중 시체 및 화재와 연관된 사망 등 11가지 사망에 대해서는 부검을 통해 사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적 죽음’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되려면 원인 분석부터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수사 당국의 판단 실수 또는 부실 수사로 사망 원인이 뒤바뀌는 경우는 적지 않다. 2016년 5월 충북 증평에서 숨진 80대 할머니는 한 남성에 의해 살해당했는데도 경찰이 폐쇄회로(CC)TV 영상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병사로 종결했다. 자연사로 추정했기 때문에 부검도 이뤄지지 않았다. 2010년 충남 부여에서는 폭우에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돼 장례까지 치렀던 주민 시신이 뒤바뀐 일도 발생했다. 당시 시신은 유관으로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양호한 상태였는데, 유족들이 “맞는 것 같다”고 하자 경찰이 아무런 의심 없이 추가 수사를 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변사 처리 지침에 따라 정확한 사망 원인이 필요하면 부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찰이 의뢰한 부검 건수는 8583건이다.

이숭덕 대한법의학회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수사 당국의 자의적 판단을 배제하고, 국가가 책임 있는 자세로 접근하자는 취지”라면서 “무조건 부검을 하자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8-11-28 12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