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위안부’ 유죄 판결은 사상 통제 부활, 획일적 역사 해석 강제”

“‘제국의 위안부’ 유죄 판결은 사상 통제 부활, 획일적 역사 해석 강제”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17-12-07 11:45
업데이트 2017-12-0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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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예술인 등 98명 박유하 교수 소송 지원 모임 발족
“박유하는 올바르다고 인정된 견해와 다른 의견을 피력했을 뿐, 사상 통제 부활”
“항소심 재판부, 극단적 민족주의와 광기어린 반일 ‘폐기’ 여론에 휩쓸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으로 명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 10월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세종대 교수의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이 발족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노여움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판단이 획일적 역사 해석을 강제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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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항소심 유죄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항소심 유죄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매춘’ 등으로 표현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지난 10월 2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명예훼손이 인정돼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17.10.27
뉴스1
‘제국의 위안부 소송 지원 모임’은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심의 유죄 선고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이 판결은 우리 학계와 문화계에 중대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모임은 “박 교수가 저서에서 ‘올바르다고 인정된 견해’와 다른 의견을 피력했을 뿐”이라고 강조하면서 “시대착오적 유죄 판결로 인해 사상적 통제가 다시금 부활하고 획일적 역사 해석이 또다시 강제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 사람은 한둘이 아닐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3년 8월 출간된 ‘제국의 위안부’에서 박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가 한국 내의 지나친 민족주의로 인해 ‘젊고 가녀린 피해자’의 모습으로 박제화됐다고 지적하면서 이 문제를 민족의 관점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허위 사실을 기록하고 피해자를 ‘매춘’ 등으로 표현한 혐의로 기소됐고, 서울고법은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뒤집어 고의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벌금형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이 문제가 된다고 본 표현 35곳 가운데 11곳은 의견 표명이 아닌 사실 적시라고 판단한 뒤 이 표현들이 모두 허위라고 판시했다.

1심과 2심 판결에서 쟁점이 된 사안은 결국 ‘헌법에 보장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누릴 수 있는가’이다.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지난 9월 25일 서울 광진구 동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미소를 지으며 법원을 나서는 모습(왼쪽). 법원 앞에서 판결 결과를 전해 들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오른쪽). 연합뉴스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지난 9월 25일 서울 광진구 동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미소를 지으며 법원을 나서는 모습(왼쪽). 법원 앞에서 판결 결과를 전해 들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오른쪽).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소송 지원 모임은 “2심 재판부는 특정한 의도를 지닌 학문 활동이나 독서 행위를 장려하려 한다는 의문을 갖게 한다”며 “다른 의견을 용납하지 않는 국가와 사회 권력에 맞서는 시민 의지의 표출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모임에 참가한 김영규 인하대 명예교수는 “학문의 해석은 학자들의 토론에 맡겨 달라”며 “우리 사회의 과도하고 잘못된 민족주의와 애국주의는 도태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강신표 인제대 명예교수는 “사법부는 우리나라의 학문적·문화적 수준이 어떠한가를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며 “박 교수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통속적인 관점과 사실에 의존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기술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김향훈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가 극단적 민족주의와 광기 어린 반일이라는 폐기돼야 할 여론에 휩쓸렸다”면서 “대법원 무죄 판결이 나오기 전 겪어야 할 진통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제국의 위안부 소송 지원 모임’에는 국내외 학자와 예술인 98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생각을 말할 권리는 보호돼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소송을 지원하는 한편 모금 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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