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노조 당위성 인식”… 현실화는 미지수

“경찰노조 당위성 인식”… 현실화는 미지수

입력 2017-10-19 22:42
수정 2017-10-20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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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협’ 설치 권고 의미·내용

정치 중립 위해 수사 경찰은 배제
업무 변동 잦아 차단은 쉽지 않아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가 21일 경찰의 날을 앞두고 ‘직장협의회’ 설치를 파격적으로 권고하면서 경찰 조직이 술렁이고 있다. 표면적인 권고안에서는 ‘준경찰노조’ 격인 직협 구성만을 언급했지만 ‘경찰노조 설립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인식하라’고 덧붙이면서 사실상 ‘경찰노조’ 구성을 위한 전초 단계로 인식돼 주목된다.

경찰개혁위는 19일 ‘대국민 중간보고회’에서 ‘경찰 노동기본권 보장’이라는 이름으로 직협 구성안을 제시했다. 일반공무원들은 1999년 공무원직협이 허용됐고, 2006년부터 공무원의 노조 활동이 보장받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개혁위 관계자는 “경찰관의 사기 진작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는 미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상당수의 선진국들이 경찰노조 설립을 허용하고 있다. 김모(35) 경위는 “경찰관은 그야말로 노동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면서 “노동 기본권과 관련해 최소한 소통의 창구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모(32) 경사도 “경찰의 노동 인권이 보장되면 평균수명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사기도 크게 상승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협이 경찰노조 설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개혁위는 수사 영역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수사 경찰’의 직협 가입을 배제했다. 그러나 경찰의 업무 특성상 수사와 경무 사이에 업무변동이 잦기 때문에 수사 경찰의 직협 가입을 차단하는 것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혁위는 또 경찰노조 설립과 관련해 ‘국민의 신뢰와 지지가 전제돼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국민의 신뢰와 지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추진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향후 ‘경찰노조’ 구성과 관련한 여론의 추이에 이목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개혁위는 이날 경찰 조직 내 성 불평등 해소를 위해 경찰관 채용 시 성별을 분리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2019년도부터 경찰대·간부후보생에 한해 남녀 통합모집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개혁위는 여성 관리자 확대 목표제 도입, 기능별 여성 선발 목표치 설정, 승진심사위원회 등에 여성경찰 참여 의무화 등 성별 불균형 해소 방안도 제안했다.

또 인권 전담 부서인 ‘인권정책관’을 신설해 외부 전문가를 채용하라고 권고했다. 주요 정책이 인권 가치와 기준에 부합하는지 사전에 판단하는 ‘인권영향평가제’ 도입도 제시됐다. 피의자 조사 전에 취지를 미리 알려주고 사전에 조사 일정을 협의하며, 조사 후 피의자나 변호인 요청이 있으면 관련 법령에 따라 진술조서 복사본을 제공하는 등 피의자 인권보장 방안도 포함됐다.

이 밖에 경찰권 행사의 모든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 실현, 법률에 근거한 경찰권 행사, 정치권력으로부터의 경찰권 독립, 경찰권에 대한 국민 참여와 통제 등 9개 항목의 ‘경찰권 행사 기본원칙’을 제시했다.

개혁위는 “우리의 국가 수사체제는 특정기관의 독점적인 구조에 놓여 있다”면서 “수사권 조정을 포함하는 수사구조 개혁은 자율과 분권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와 국민 편익을 고려할 때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내외부의 조직·제도적 견제 장치를 마련해 경찰에 대한 통제와 감독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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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2017-10-2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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