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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수첩·정유라 증언, ‘유무죄 저울’ 어느 쪽에 오르나

안종범 수첩·정유라 증언, ‘유무죄 저울’ 어느 쪽에 오르나

입력 2017-08-07 15:38
업데이트 2017-08-0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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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스모킹건…증거 차고 넘쳐” vs 이재용 “짜 맞추기·추론만 있다” 재판 막판 靑 캐비닛 문건까지 등장…법원의 증명력 인정 여부가 좌우

7일 결심 공판에 이어 이제 선고만을 앞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운명은 법원이 주요 증거를 둘러싼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측의 첨예한 주장 중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달렸다.

양측은 특검팀이 ‘사초(史草) 수준’이라고 높이 평가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업무 수첩과 독대 자리에서 쓰였다는 ‘대통령 말씀 자료’의 증거능력과 증명력을 두고 첫 재판부터 마지막 재판까지 신경전을 벌였다.

승마 지원의 중심에 있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법정에 ‘깜짝’ 증인으로 나와 쏟아낸 발언들도 엇갈린 해석을 낳았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캐비닛에서 발견된 ‘삼성 문건’ 역시 재판 막바지 불꽃 공방에 기름을 부었다.

◇ 안종범 수첩과 대통령 말씀자료, 누구에게 유리할까

특검팀이 이 부회장의 혐의 입증을 위해 제출한 핵심 증거 중 하나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 수첩이다.

일자별로 정리된 이 수첩엔 ‘엘리엇 방어 대책’, ‘동계스포츠 선수 양성, 메달리스트’, ‘금융지주, 삼성 바이오로직스, 재단, 승마, 빙상’ 등이 기재돼 있다.

특검팀은 안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에게서 전해 들은 것을 그대로 적은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자리에서 삼성 그룹 현안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증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 전 수석은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내용을 급히 적어 수첩 내용에 자신이 없다”고 했고, 박 전 대통령이 “경영권 승계 작업과 관련해 지시를 내린 사실도 없다”고 증언했다. 삼성 측에 유리한 증언인 셈이다.

이 부회장 측도 “독대 자리에는 배석자가 없었고, 안 전 수석이 따로 적은 수첩 내용이 독대를 증명하는 내용이 될 수 없다”고 맞섰다.

결국, 재판부는 “이런 내용이 수첩에 적혀 있다는 ‘간접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라는 단서를 달아 수첩을 증거로 채택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실제 이런 대화가 오갔다는 것을 증명할 ‘직접증거’로서의 증거능력은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특검팀이 제시한 또 다른 핵심 물증인 ‘대통령 말씀자료’를 두고도 양측의 주장은 엇갈렸다.

2015년 7월 2차 독대 자리를 위해 청와대 행정관이 작성한 ‘말씀자료’엔 ‘메르스 사태’, ‘지배구조 개편’, ‘임기 내 승계 문제 해결’ 등의 문구가 기재돼 있다.

이를 두고 특검팀은 삼성 측이 독대 전 애로 사항이나 현안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면담하며 삼성의 승계 작업을 돕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부회장 측은 청와대에 현안 관련 자료를 건넨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해당 말씀자료를 작성한 청와대 행정관도 법정에서 삼성 관련 현안 내용은 “인터넷 등을 검색해 찾은 것”이라고 증언했다.

이 부회장 측은 이 문서가 ‘참고 자료’일 뿐 박 전 대통령이 실제 말씀자료 내용대로 언급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반박했다.

◇ 엄마 몰래 나온 정유라 증언, 신빙성 있나

삼성 측에서 승마 지원을 받은 당사자인 최씨 딸 정유라씨는 지난달 12일 불출석 의사를 뒤집고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깜짝’ 출석했다.

이날 정씨는 “삼성이 사준 말을 두고 어머니가 ‘네 것처럼 타면 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또 최씨에게서 “삼성이 너만 지원해준다고 소문이 나면 시끄러워지니까 ‘살시도’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 “삼성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니까 토 달지 말고 이름을 바꾸자”는 말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른바 ‘말 세탁’ 경위에 대해서도 최씨에게서 “삼성에서 시끄럽다며 말을 바꾸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 같은 증언은 최씨나 삼성 측에 불리한 증언으로 평가됐다.

반면 정씨는 “혼자만 지원받게 돼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다”, “다른 선수들과 함께 지원한다고 들었다”는 등 삼성에 유리한 증언도 내놨다.

정씨의 증언을 두고 특검과 변호인 측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의 해석을 내놨다.

특검 측은 “정유라는 용역 계약을 체결한 뒤 말을 구입해 훈련하고 대회에 출전하고 말 교환계약을 맺은 이후 또 말을 타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경험한 사람”이라며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반면 삼성 측은 “정유라는 승마 지원과 관련해 각종 계약 체결이나 협상에 관여하거나 입회한 사실이 전혀 없다. 최순실에게 들었다는 이야기가 아는 것의 전부”라며 “이런 전문진술(다른 사람에게서 들은 내용을 말한 것)은 원진술자에 의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증거능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 靑 캐비닛 ‘삼성보고서’…막판 변수 될까

막바지에 제출돼 증거로 채택된 ‘청와대 민정수석실 캐비닛’의 삼성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문건 16건 역시 법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공개된 문건(메모)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 → 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건 도와주며 삼성이 국가 경제 기여할 방안 모색’, ‘삼성 당면 과제는 이재용 체제 안착’, ‘삼성 당면 과제 해결에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윈윈 추구할 수밖에 없음’, ‘구체적 요망 파악’ 등의 내용이 기재됐다.

이를 작성한 현직 검사인 이영상 전 민정수석실 행정관은 법정에 나와 2014년 6월이 지난 시점에 우병우 전 민정수석으로부터 ‘삼성에 대해 검토해보라’는 지시를 받고 보고서를 만들었다고 증언했다.

특검 측은 청와대와 삼성의 ‘교감’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지만, 삼성 측은 이 전 행정관이 ‘경영권 승계를 도와주라는 지시는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한 점을 부각하며 부정한 청탁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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