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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어요 쌤”…세월호 희생교사들에게 바친 카네이션

“보고싶어요 쌤”…세월호 희생교사들에게 바친 카네이션

입력 2017-05-15 16:33
업데이트 2017-05-1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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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원·이지혜 교사 등 안치 납골공원에 그리움의 편지·쪽지

‘교무실에 계셔야 하는데 안 계셔서 여기로 왔어요. 보고 싶어요, 쌤.’

세월호 참사 이후 네 번째 스승의 날인 15일 찾은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효원납골공원.

이곳에는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교사 12명(미수습 2명) 가운데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순직 인정을 지시한 기간제 교사인 2학년 3반 김초원, 7반 이지혜 담임교사와 같은 학년 유니나(1반)·이해봉(5반)·전수영(2반)·최혜정(9반) 교사 등 6명의 유해가 안치돼있다.

사고 당시 배에 타고 있던 단원고 교원은 고(故) 강민규(당시 52세) 전 교감을 비롯해 모두 12명(미수습 2명).

3층 안치단 유리문에는 고인들을 그리워하는 제자, 가족, 지인의 편지, 쪽지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너비 57㎝, 높이 30㎝ 크기의 각 안치단 안에는 고인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과 가족, 제자들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고인의 사진들이 담겨 있어 추모객의 코끝을 시큰하게 했다.

역사 과목을 담당한 이해봉 교사의 안치단 유리문에 한 제자가 남겨 놓고 간 쪽지에는 스승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났다.

이 제자는 ‘17살 때 처음 선생님을 만났던 제가 벌써 21살이 되었어요. 선생님 덕분에 저는 역사교육과 복수전공을 하며 대학 생활하고 있어요, 교무실에 계셔야 하는데 안 계셔서 여기로 왔어요. 보고 싶어요 쌤. 저 7월에 군대 가요. 잘 마치고 또 올게요’라고 적어 스승을 추억했다.

최혜정 교사의 안치된 자리 앞에는 한 학부모가 남긴 카네이션 꽃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함께 편지를 남겨 ‘○○이 엄마예요. 거기서 ○○이랑 잘 지내고 계시죠. 선생님께서 잘 돌봐주실 것 같아서 마음이 그나마 좀 놓입니다. 많은 아이들 아직 가르치실 줄 믿어요’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제자 일동’ 명의로 전수영 교사에게 남긴 편지에서 제자들은 ‘영원한 저의 선생님, 하늘에서도 저 세상에서도 아름다운 미소와 귀여운 목소리는 울려 퍼질 거에요. 사랑하고 너무 보고 싶어요’라고 적었다.

제자들을 구하다가 희생된 교사들의 순직이 인정되도록 노력하겠다는 한 아버지의 다짐 편지도 안치단 유리문에 붙었다.

전수영 교사의 아버지는 지난 5일 이곳을 찾아 딸에게 편지를 남겼다.

그는 ‘희생 선생님들을 순직군경으로 예우하라는 판결이 났다. 그런데 고법, 대법에서도 이겨야 한다고 하는구나. 앞으로 우리가 알아서 희생 선생님들이 국립묘지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노력할게’라고 약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스승의 날을 맞은 이날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사 2명(김초원·이지혜 교사)의 순직을 인정하는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똑같이 담임을 맡고 주 40시간 이상의 상시 업무에 종사했음에도 단지 고용 형태가 기간제라는 이유로 죽어서도 정규직 교사와 달리 차별받았던 기간제 교사의 희생에 대해서도 국가적 예우를 다하겠다는 것이다.

김초원·이지혜 교사는 세월호 참사 당시 담임교사로서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4층 선실로 내려갔다가 희생됐으나, 정교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순직 인정을 받지 못했다.

고용 형태와 상관없이 동일한 상시 업무 수행을 인정하겠다는 이러한 정부 방침은 생전에도 애타게 기다렸을 소식이었지만 두 교사는 안치단 안에 놓인 사진 속에서 미소 짓고 있을 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사 2명의 순직을 인정하는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하자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59) 씨는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김 씨는 “”2학년 3반 담임으로서 제자들을 구조하려고 배 안을 뛰어다니다가 세상을 떠났는데,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순직심사도 이뤄지지 않아 딸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다“라며 ”지금까지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는 깜깜한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었는데, 이제 저 멀리 쪼그맣게 밝은 빛이 보이는 것 같다“고 안도했다.

그러면서 ”어제 문득 ‘초원이가 살아있다면 제자로부터 스승의 날 축하도 받고 굉장히 좋아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 (문 대통령의 순직 검토 처리 지시 소식에) 너무 기뻐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라며 ”이제 하늘에서 딸을 만나도 덜 미안해해도 될 것 같아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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