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파티·와인 모임…오늘 삼촌·이모는 ‘어른의 날’

댄스 파티·와인 모임…오늘 삼촌·이모는 ‘어른의 날’

입력 2017-05-04 23:26
수정 2017-05-04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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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고생한 나를 위해” 스스로 격려하는 날 만든 어른들

“5월 5일은 어린이날. 누군가 나에게 게임기(플레이스테이션 4프로)를 선물로 줬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만 30살밖에 안 됐다구요.”-대학원생 김모씨

“직장인 놀이는 술 먹고 노래방 가는 게 다예요. 함께 어울릴 행사가 없습니다. 친구들은 다 결혼했고, 운동 빼면 정말 놀거리가 없습니다.”-회사원 신모(34)씨
어린이날을 전후로 ‘어른의 날’ 행사가 늘고 있다. 키덜트(kid+adult)족과 같이 어린이가 되고 싶은 어른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과 결혼 적령기가 늦어지고 팍팍한 현실에 부딪혀 낮아진 자존감을 ‘놀이’로 회복하려는 나름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어른의 날 행사에서 만난 직장인들은 일에 치여 1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는데, 나를 위해 하루 정도는 돈과 시간을 쓰고 싶다고 했다.

4일 오후 11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 다목적공연홀 ‘소울타워’에서는 ‘어른의 날’ 댄스파티가 열렸다. 지난해 처음 시작해 입소문을 타면서 100명이 넘는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모였다. 행사 공동기획자 박유나(30·여)씨는 “학창 시절에는 항상 친구와 함께 놀았는데 건조한 직장생활에서 그런 친구들을 만들기 쉽지 않았다”며 “어른들에게 친구들을 찾아 주려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어린이날이면 10~15명이 참여하는 와인 소모임 ‘어린이가 되고 싶은 어른의 날’을 3년째 열고 있는 김우리(33)씨는 “물리적 나이로는 어른인데, 어른으로 잘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회사와 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어른이 되라며 스스로를 격려해 주는 시간을 만들고 싶어 매년 작은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42)씨는 “아들과 조카에게 선물을 사주고 부모님 선물을 챙기면서 정작 ‘우리 부부는 누가 챙겨 줄까’ 하는 외로움을 느낀 적이 있다”며 “5월 4일 저녁만은 우리 부부를 위해 시간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어린이날 행사도 어른의 마음을 동시에 공략하는 형태가 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어린이날 행사로 ‘어릔이 날’을 연다. 어린이도, 어른도 좋아하는 인형과 완구를 앞세워 전시를 준비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7일까지 어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추억의 오락실’을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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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어른의 날’ 현상에 대해 “본인이 생각했던 꿈이나 미래가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자존감이 낮아지는데, 이 허전함을 놀이로 채우려는 심리”라며 “팍팍한 현실 대신 꿈도 있고 자신감도 있었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7-05-0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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