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맛 같은 10분간 휴식’ 중 크레인 붐대가 덮쳤다

‘꿀맛 같은 10분간 휴식’ 중 크레인 붐대가 덮쳤다

입력 2017-05-02 15:53
업데이트 2017-05-0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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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 노동절 사고현장 가보니…10m 아래서도 ‘비명소리’ 들릴 듯

근로자 6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남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안 크레인 사고현장은 지상에서 10여m 높이에 있다.

이곳은 해양플랜트를 만드는 곳이다.

75m 높이의 골리앗 크레인이 현재 제작 중인 해양플랜트를 둘러싸듯 서 있고, 해양플랜트 구조물 옆에 덩치가 작은 듯 보이면서도 키는 60m가량인 타워크레인이 서 있었다.

두 대의 크레인은 제각각 쇠줄로 해양플랜트 제작에 필요한 자재와 설비 등을 매달아 옮긴다.

지난 1일 오후 이 크레인 두 대가 충돌하면서 타워크레인 붐대(쇠로 된 지지대)가 부러지고 엿가락처럼 휘면서 아래 작업 현장을 덮쳤다.

현장에 있던 근로자 일부는 무너져 내린 수십m 길이의 육중한 붐대와 설비 사이에 끼어 목숨을 잃었다.

또 붐대와 한 몸인 쇠줄이 고무줄처럼 당겨졌다가 끊어지면서 일부 근로자들을 후려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당시 회오리바람 소리가 강하게 들렸다는 근로자들의 말을 토대로 한 추론이다.

31명의 근로자가 순식간에 바닥에 쓰러지면서 작업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여기저기서 “살려 달라”란 근로자들의 비명과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알려진 사상자 외에도 수십 명이 더 근무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거제조선소는 2일 오전 사고현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하지만 정작 공개한 곳은 사고현장 10여m 아래 지점이었다.

경찰에서 현장 보존을 위해 공개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이유에서다.

타워크레인의 휘어진 붐대가 무너져 걸쳐진 곳이 참사 현장이란 것을 짐작만 할 수 있었다.

해양플랜트 제작 현장 주변은 자재와 설비, 구조물, 파이프 등이 널브러져 근로자들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다.

사고를 당한 근로자들이 신속하게 대피할 공간도 없다.

회사 측은 근로자들이 생리현상을 해결할 수 있도록 현장 구석에 화장실과 휴게시설을 만들어 놓았다.

오전 10시와 오후 3시 10분여간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31명의 사상자는 휴게시설 주변에 모여 담배를 피우며 쉬다가 변을 당했다.

사고현장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과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삼성 측이 노동절에 정규직은 쉬도록 하면서 비정규직은 일하도록 해 빚어진 참사인데도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라며 “삼성 측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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