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도 모르게 지급된 위안부 피해 위로금 ‘논란’

당사자도 모르게 지급된 위안부 피해 위로금 ‘논란’

입력 2017-01-18 10:20
수정 2017-01-1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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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정당성 인정 받으려고 무리하게 지급” 비판, 창원서도 유사 주장 나와…재단 “종용·회유한 적 없다”

일본 정부 예산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이 피해 당사자 모르게 친척에게 위로금을 지급,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화해·치유재단과 이 재단 설립을 허가하고 재단의 구체적 사업 계획을 승인한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재단은 위안부 피해 생존자 김복득(99·경남 통영) 할머니를 위한 위로금을 지급했다.

재단은 지난해 10월 4천만원, 11월 6천만원 등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억원을 지급했다.

이 위로금은 김 할머니 명의로 개설된 계좌로 지급됐다.

문제는 김 할머니는 이런 사실을 사전에 몰랐다는 점이다.

김 할머니는 각종 정부 지원금이 들어오는 통장을 평소 조카에게 맡겨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 한국 정부에 위안부 피해자로 공식 등록한 김 할머니를 도와 온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은 할머니 99세 생신 며칠 전인 최근에야 우연한 계기로 위로금 지급 사실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통영거제시민모임이 최근 김 할머니에게 직접 물어봤더니 할머니는 이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통영거제시민모임 등은 이날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할머니와 문답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며, 재단이 사실상 조카에게 위로금 지급을 강행했다며 비판했다.

지난 17일 작성된 녹취록에는 “난 (통장을) 본 적도 없제”, “(조카가 위로금 받았다고) 얘기도 안했다”, “나는 모르고 있었지. 돌려줘야지”하는 김 할머니 육성이 나온다.

또 “무신 돈인데 그 돈이…”, “내 피돈이다”며 흐느끼는 소리도 들렸다.

회견 참석 단체들은 재단이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 정당성을 인정받으려고 위안부 피해자 측과 무리하게 접촉, 당사자가 아닌 가족에게 위로금을 지급했다는 입장이다.

현재 위로금 전액은 조카 명의 계좌에 있는 것으로 통영거제시민모임은 파악했다.

통영거제시민모임은 지난해 6월 조카가 재단 관계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만나 위로금 수령과 관련한 합의를 진행, 7월에는 합의서까지 작성했다는 내용도 조카에게서 직접 들었다고 설명했다.

통영거제시민모임은 “김 할머니가 돌려줘야 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한 만큼 그 돈은 반드시 재단에 돌려줘야 한다”며 “조카가 돌려주지 않는다면 향후 법적 대응도 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카는 최근 애초 입장과 달리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돈을 돌려주는 것을 보류하겠다는 뜻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도자 통영거제시민모임 상임대표는 “이 정부가, 재단 관계자들이 일본 정부 대리인도 아니고, 피해자들을 찾아와서 이런 파렴치한 짓을 할 수 있느냐”며 “합의서 작성 당시 할머니가 배석했다고는 하지만 할머니 날인도 없었기 때문에 무효”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위로금 지급과 관련한 상세한 정보를 재단 측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재단은 이와 관련, “합의서는 (건강이 안 좋은) 할머니 대신 조카가 대필했다”고 인정하면서도 “다만, 작성 시기와 나머지 사항들은 개인적 부분이어서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재단은 앞서 ‘재단이 위안부 피해자를 상대로 위로금 1억원을 받으라고 회유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재단과 김태현 이사장은 피해자를 상대로 ‘1억원을 받으라’고 종용, 회유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일본 정부가 사죄와 반성의 의미로 전달한 현금에 대해 할머니와 가족들에게 정중하게 설명하고 수용 의사를 물어 그 결정에 따랐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재단이 창원에서도 몸이 불편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 대신 가족들을 상대로 회유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시민단체 회원은 “뇌경색으로 의사 소통이 거의 안되는데 재단이 간병인만 있는 자리에서 할머니에게 ‘일본에서 사죄한다고 돈 보내왔는데 받으실래요’라고 물으며 ‘받으려면 고개를 끄덕해보세요, 눈을 깜빡해보세요’라고 했다고 한다. 한 사람은 할머니한테 붙어 질문을 하고 한 사람은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려고 준비를 했다더라”며 “이후 가족들을 상대로 얘기해 결국 이 할머니에게도 위로금이 지급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재단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생존 피해자 46명 가운데 31명에게 위로금 1억원씩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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